<사법권력 대이동>민변·우리법硏, 요직 독식… 법조천하 재편

헌법재판관·법제처장 등 민변
법조인‘코드 사법부’우려 심화

‘코드 사법부’에 대한 법조인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대법관·헌법재판관은 물론 청와대 법무비서관·법원행정처 심의관·법무부 실장 등 핵심 요직과 각종 정부 위원회의 책임 있는 자리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우리법연구회 등 진보 성향 인사가 모조리 꿰차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회원 수가 1200여 명으로 전체 변호사 2만5000여 명 중 5% 남짓한 민변은 문재인 정부 들어 약진이 두드러졌다. 민변 출신인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코스닥 주식 및 비상장 주식 투자로 거액의 이익을 거둬 후보자 적절성 논란에 휩싸인 끝에 자진 사퇴했다. 지난해 말 발족한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위원 9명 중 위원장 김갑배 변호사를 비롯해 6명이 민변에서 활동했다. 지난해 9월 출범한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인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 역시 민변 회장을 지냈다. 조상희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김외숙 법제처장,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조영선 국가인권위 사무총장 등도 민변 활동을 했다.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역시 사법부 주요 요직을 모조리 독식하고 있다. 지난 8월 ‘법무부 탈 검찰화’ 일환으로 사상 첫 비검찰 출신 법무부 간부로 발탁된 이용구 법무실장은 판사 시절 우리법연구회에서 활동했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장에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임명됐다. 사법부 인사 실무를 총괄하는 핵심 보직인 김영훈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이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이다. 대법원의 ‘입’ 역할을 하는 공보관도 김 대법원장 최측근으로 알려진 박진웅 서울고법 판사가 맡았다. 박 판사는 국제인권법연구회 내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는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 출신이다.

인권법연구회 간사로 활동했던 김형연 전 인천지법 부장판사도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영입됐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도 두 연구회 출신 판사들이 중용됐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를 요구하며 사직서를 제출했던 최한돈 부장판사, 인권법연구회 회원이면서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을 맡았던 이성복 판사, 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의원의 ‘공중부양’ 사건 1심 재판 때 무죄 판결을 내려 보수층의 반발을 샀던 이동연 부장판사 등이 대표적이다. 500여 명의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전체 판사의 15%에 불과하다.

이에 대한 법원의 우려는 깊다.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사법부가 특정 이념에 치우쳐 있다는 인식이 국민에게 심어져서는 안 된다”며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고 사회의 핵심 가치를 지켜나가는 게 법원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