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 권한 더 키운 직제개편…군림 않겠다던 약속 잊었나

“군림하지 않는 청와대로 변화시키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초 약속이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의 힘이 계속 커지면서 대통령이 지시하지 않으면 내각이 복지부동하는 모습이 목격된 지 오래다. 청와대는 26일 조직 개편안을 발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반발이 큰 자영업자 문제를 전담할 자영업비서관을 일자리수석비서관 산하에 신설했다. 또 청와대 정책·홍보·메시지 기능을 강화할 목적으로 국정홍보비서관, 연설기획비서관을 신설하고 교육문화비서관을 교육·문화 비서관으로 분리했다. 큰 틀에서는 비서관이 1명 늘어 ‘3실장, 12수석, 49비서관 체제’가 됐지만, 비서실 정원이 미국 백악관보다도 100여 명이나 많은 486명으로 노무현 정부 이후 가장 비대(肥大)해졌다.

지난해 5월 임종석 비서실장은 청와대 첫 직제 개편을 발표하면서 “개편의 핵심은 청와대가 정부 부처를 틀어쥐지 않겠다는 데 있다”며 “비서실의 역할을 개별 부처 현안 대응에서 정책 어젠다 관리로 바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 진행은 거꾸로였다. 경제정책만 해도 정책실장과 더불어 수석·보좌관 등 6명이 옥상옥(屋上屋)으로 관여하고 있고, 북핵 문제에선 처음부터 청와대가 내각을 패싱하고 주도권을 쥐었다. 최저임금 문제의 본질은 놔둔 채 비서관 신설로 무마하려는 것도 기막히다. 문 정부가 중소기업·소상공인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중소벤처기업부를 만들었는데, 이마저도 청와대가 다 챙기겠다는 것 아닌가.

박근혜 정부에서 ‘문고리 3인방’ 중 안봉근 전 비서관이 맡았던 국정홍보비서관을 없앴다가 다시 살린 것은 부처의 홍보까지 청와대가 통제·관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연설비서관이 있는데도 연설기획비서관을 따로 신설한 것은 대통령 메시지를 더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비친다. 정책 실패 및 혼선을 바로잡기보다는 일사불란한 홍보와 메시지로 대응하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장관이 소신을 펴지 못하고 청와대만 쳐다본다면 국정이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

최근 기무사 문건, 폭염 속 원전 추가 가동, 어린이집 유아 사망 사고에서 보듯 문 대통령이 시시콜콜한 것까지 지시를 내리고 홍보 부족을 질타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직제 개편으로 ‘청와대 정부’ 현상은 더 심해졌다. 열린 국정은커녕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반복하게 될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