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심하게 기침하는 노인에 목캔디, 사탕 하나로 배운 배려

지난봄, 여느 날처럼 딸네 집으로 출근했다. 아홉 살 손자와 함께 밖에서 두어 시간 뛰다 보면 목 안이 간지럽고 갑갑하다. 미세먼지 탓인 것 같았다. 손자가 싫어하는 마스크를 할아버지만 할 수는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내내 기침이 나왔다. 버스에서 심하게 기침을 하는 노인 때문에 신경이 쓰였던 적이 있어 다른 승객들 눈치가 보였다. 손수건으로 입을 가렸으나 매한가지였다. 그때 내 좌석 건너편에 앉아 있던 승객이 다가와 수굿하게 “이거…목캔디인데 입에 머금고 있으면 기침이 덜할 거예요”라며 사탕 봉지를 건넸다. 뜻밖의 친절에 ‘고맙다’며 고개만 숙였다. 캔디를 입에 넣으니 신통하게도 기침이 잦아드는 것 같았다. 아니, 그분이 무안할까봐 억지로 참았는지도 모르겠다.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야 하는 나는 입에서 손수건을 떼고 그분에게 쉰 목소리로 살며시 “오늘 고마웠습니다”며 인사를 드린 뒤 버스에서 내렸다. 사탕 하나로 남에 대한 배려, 존중, 친절, 겸손을 한꺼번에 배운 날이었다. 그분은 아마도 티 내지 않으면서 꾸준하게 봉사활동을 하고, 편안하고 상냥한 아내이자, 먼저 본을 보이는 어머니이며, 자상한 할머니임에 틀림이 없겠다. 더위가 좀 가시는 듯하다.

노청한·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