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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우리 마을 문화재 게재 일자 : 2018년 08월 08일(水)
아들 원했던 고려 선종이 자연 암벽에 새긴 남녀 佛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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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磨崖二佛立像)’은 경기 파주읍에서 고양시 덕양구청 방향으로 가는 78번 국도변의 장지산(長芝山) 용암사 경내에 있다. 표지판이 크지 않아 지나치기 십상이다. 보물 제93호인 마애이불입상은 대웅전 뒤편 노송 사이로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모습을 보인다. 사찰 마당에서는 용암사의 범종, 석탑 등도 만날 수 있다.

천연 암벽에 불신(佛身·부처의 몸)을 조각하고 그 위에 목, 머리, 갓 등을 별도로 만들어 얹어놓은 2구(軀)의 병렬식 불상이다. 입상 2구가 나란히 조성돼 있어 ‘마애이불’이라 이름 붙여졌다.

자연석을 그대로 이용한 까닭에 신체 비율이 맞지 않아 거대한 느낌이 든다. 실제로도 높이 17.4m의 거불이다. 이렇게 자연 암벽에 불신을 조성하는 것은 고려 때 유행했던 수법으로, 안동 이천동 석불상(보물 제115호)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따라서 마애이불 역시 고려 시대 불상 양식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문화재다.

왼쪽의 둥근 갓을 쓴 원립불(圓笠佛)은 목이 원통형이고 두 손은 가슴 앞에서 연꽃을 쥐고 있다. 오른쪽의 사각형 갓을 쓴 방립불(方笠佛)은 합장한 손 모양이 다를 뿐 신체 조각은 왼쪽 불상과 같다. 매우 토속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이 석불은 바위의 제약으로 신체 비율이나 얼굴 등의 세부 묘사가 불균형하고 투박하지만, 일반 백성이 친근하게 느끼는 부처의 모습을 새긴 개성이 강한 지방화된 양식이다.

가늘고 긴 눈, 큰 코, 꾹 다문 큰 입 등 이목구비가 대체로 큼직큼직하다. 언뜻 보면 기괴하면서도 위압적인 인상을 풍긴다. 구전에 의하면, 둥근 갓의 불상은 남상(男像), 모난 갓의 불상은 여상(女像)이라 한다. 우리나라 석불 가운데 남녀가 나란히 있는 경우는 드물어 더 의미 있는 석불이다.

석불 창건과 관련해 전설도 있다. 고려 선종이 자식이 없어 원신궁주(元信宮主)까지 맞이했지만, 여전히 왕자가 없었다. 이것을 못내 걱정하던 궁주가 어느 날 꿈을 꿨는데, 두 도승(道僧)이 나타나 ‘우리는 장지산 남쪽 기슭에 있는 바위틈에 사는 사람들이다. 매우 시장하니 먹을 것을 달라’고 하고는 사라져 버렸다. 꿈을 깬 궁주가 하도 이상해 왕께 아뢰자 왕은 곧 사람을 보내 알아오게 했는데, 장지산 아래에 큰 바위 둘이 나란히 서 있다고 보고했다. 왕은 즉시 이 바위에 두 도승을 새기게 한 뒤 절을 짓고 불공을 드렸는데, 그 해에 왕자인 한산후(漢山候)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전해지는 전설 중의 하나이지만, 구체적인 왕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어 불상이 조성된 시기를 짐작하게 해준다. 그러나 최근 불상의 앞면에서 조선 시대 초기 세조와 세조의 부인인 정희왕후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명문이 발견돼 조선 시대 창건설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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