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전국승려대회’ 성사땐 조계종 사태 분수령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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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요구측 “적폐 카르텔 해체
3000명 참석 개혁 완성할 것”

종단 주류측 “총무원장 선거를”
종헌종법 내세우며 차단 나서

대한불교조계종 종단의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전국승려대회가 오는 23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앞마당에서 열린다. 종단의 주류 측은 종헌종법의 틀 안에서 차기 총무원장 선거 등을 통한 개혁을 말하며 승려대회를 막으려 하지만, 반대 측은 승려대회를 통해 근본적인 종단혁신을 계획하고 있어 23일을 전후해 조계종은 큰 분수령을 맞게 됐다.

종단의 법통을 상징하는 종정 진제 스님이 8일 총무원장의 ‘명예로운 퇴진’을 언급하는 교시를 발표해 내용적으로 용퇴를 촉구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이날 종정의 교시가 발표된 직후 설정 총무원장은 총무원 집행부 스님들에게 일괄 사표 제출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은처자 의혹 등이 제기되며 오는 16일 이전 퇴진의사를 밝힌 설정 총무원장이 순순히 물러나진 않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조계종 임시중앙종회는 16일, 원로회의가 22일로 예정돼 있어 설정 총무원장이 이전에 물러나지 않을 경우 그의 거취를 둘러싼 충돌도 예상된다.

한편 진제 스님이 “우리 승가는 종헌종법의 질서 속에서 여법하게 선거법에 의해 차기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설정 총무원장의 퇴진을 기정사실화하는 동시에 전국승려대회를 통해 초법적 종단혁신을 계획하는 일부 스님과 재가자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자제를 요청하는 모양새다.‘종헌종법의 질서 속에서’를 강조한 것은 사실상 근본적인 개혁보다는 현재 주류 측의 손을 들어준 셈이어서, 종단혁신을 요구해온 측에서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종단의 적폐세력으로 지목돼온 자승 전 총무원장을 중심으로 한 주류 세력이 차기 종권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앞서 전국승려대회 준비위원회는 6일 기자회견(사진)을 통해 승려대회 일정을 밝혔다. 이들은 “지금 조계종 사태는 지도부의 퇴진을 넘어 적폐의 온상인 자승 종권의 퇴진이 가장 핵심”이라며 “자승 적폐의 카르텔을 무너뜨리지 않고는 조계종 개혁은 요원하다”고 선언했다. 기자회견에서 8·23 승려대회 상임추진위원장 원인 스님은 “여러 가지 변수가 많지만, 3000여 명의 스님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1994년 전국승려대회는 재정 투명성 확보에 실패하는 등 반쪽의 성공일 뿐이다. 당시 이루지 못한 개혁적 부분을 기필코 완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국교구본사 차원에서 스님들의 승려대회 참석을 막고 나서면 동원에 힘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대회가 성사된다면 1994년 서의현 총무원장 3선 문제로 불거져 종단정화를 이뤘던 승려대회 이후 24년 만에 승려대회가 개최되는 셈이다. 불교계 재가불자·시민단체들은 오는 11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전국재가불자총결집대회를 열어 승려대회 개최에 힘을 실어준다는 계획이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