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韓 - 우려하는 美… ‘보조’ 안 맞는 남북연락사무소

- ‘개성 설치’ 견해차

靑 “제재위반은 美일부 생각
되레 비핵화 협상 촉진 기여”

美선 “보조 맞춰야” 공식논평
볼턴 “1년내 비핵화” 강조도

한·미가 20일 남북 연락사무소 개설을 둘러싼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을 놓고 미묘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청와대는 이날 연락사무소 개설과 관련, 미 국무부 관계자가 ‘대북제재 위반’이라고 밝혔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제재 위반이라고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며 미국 정부 일부의 생각”이라며 부인하고 나섰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는 문화일보의 논평 요구에 연락사무소 개설 등이 포함된 ‘4·27 판문점 선언’의 의미를 평가하면서도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는 반드시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대북제재 완화 문제를 놓고 한·미 간 견해차가 깊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남북 연락사무소 개소가 “제재 위반이 아니라고 우리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면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제재 위반이 아닌 이유도 4가지를 들었다. “연락사무소 설치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사업이며, 남북 간 상시적 소통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는 것. 또 “대북제재를 하는 이유도 결국 비핵화를 앞당기기 위한 것인데 연락사무소 설치는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목적이 같다”고도 했다.

하지만 국무부는 이날 문화일보에 보낸 논평에서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국무부는 논평에서 남북 연락사무소 개설 내용이 담긴 4·27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도 “남북관계는 비핵화 진전과 반드시 보조를 맞춰서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국무부는 “반드시 보조를 맞춰야 한다”를 대문자로 표시하면서 더 강조했다. 또 국무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관계는 북한 핵 프로그램 문제 해결과 분리해서 진전될 수 없다”는 발언까지 붙였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서두르는 것에 우회적 불만을 표시한 셈이다.

한·미 간 온도 차는 이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발언에서도 감지됐다. 볼턴 보좌관이 이날 ABC방송 ‘디스 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곧 이뤄질 것이라면서 북한의 진정한 비핵화 의지와 함께 ‘1년 내 시간표’까지 재확인한 것. 볼턴 보좌관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비핵화라는 전략적 결정을 내린 시점부터 1년 내 비핵화한다는 것을 이미 합의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은 미국이 얼마나 인내할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도 “북한이 스스로 한 약속을 이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이는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북한을 맞받아친 것으로, 북한의 선(先)비핵화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달 말 예상되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에서 북한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주목된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 김병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