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의 막연한 공포, 과학으로 물리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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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순 서울대 교수 퇴임 一聲

황일순(65·사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31일 “원자력은 두뇌에서 캐내는 에너지”라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고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날 서울대를 정년퇴임하는 황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원자력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황 교수는 세계원전수명학회 회장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원전수명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원전 안전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황 교수는 “핵융합 에너지 사례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원자력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며 “원자력 기술 연구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그동안 학계는 물론이고 원전 기술자들도 국민과의 소통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 때문에 ‘원전 마피아’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고 반성했다. 하지만 “이는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원자력 발전 문제에 대해 이렇게까지 국민적인 토론이 벌어졌던 때가 있었나”라고 반문했다. 황 교수는 서울대 원자력공학과를 졸업하고,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93년부터 모교 교수로 근무했다.

황 교수는 정년퇴임 후 활동에 대해 “과학이 ‘막연한 공포’를 물리칠 수 있도록 이제는 강단 밖에서 뛰겠다”고 말했다. 그는 “MIT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쳐봤지만, 우리 학생 수준은 미국 학생과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며 “공학 분야에서만큼은 세계적인 수준에 와 있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후배들이 만들어낸 ‘한국형 소형모듈원전(SMR)’이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을 제패하는 날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50년을 이어 온 대한민국의 원자력 산업이 고사 위기에 처한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실제 카이스트에서 올해 상반기에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학부 전공과정 진입을 선택한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문화일보 6월 27일자 1면 참조)

탈(脫)원전 드라이브로 우수 인재들이 원자력 분야로의 발길을 끊으면서 원자력 산업·연구 기반이 붕괴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