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삼권분립 아닌 삼권합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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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사회부 부장

대법관·헌법재판관으로 진보 성향을 강하게 띠거나 문재인 대통령과 특수관계에 있는 인사들이 채워지면서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짐의 뜻대로’ 통치하던 봉건 왕정과 달리 근대 민주정의 핵심이 법에 의한 통치이고, 이 법치주의의 핵심 전제가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사법부의 존재라고 할 때 한때 대통령의 부하였던 사람들이 사법부 최고기구에 입성하는 건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청와대에 충분히 종속적인 여당과 함께 ‘삼권합체’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달 2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을 지낸 이석태 변호사를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사법사상 판검사 경력이 없는 순수 재야 출신 변호사가 재판관에 지명된 첫 사례이고, 김 대법원장이 그와 일면식이 없다고 해서 지명 배경에 궁금증이 일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가 노무현 대통령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 밑에서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했던 경력에 주목했다. 그로부터 8일 뒤 더불어민주당이 여당 몫 헌법재판관에 김기영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를 지명하면서 항간의 의심은 확대됐다. 고등법원 부장판사나 법원장 출신이 아닌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헌법재판관에 지명된 것도 사법사상 처음이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김기영 판사가 현재 법원에서 ‘잘나가는’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 출신으로, 그 연구회 회장을 지낸 김 대법원장의 측근임을 들어 민주당(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서로 원하는 사람을 교차 지명했다는 뒷말을 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이 자신의 측근을 직접 헌법재판관에 지명하기는 민망하고, 민주당도 한때 대통령의 부하였던 전 민변 회장을 지명하기 부담스러우니 서로 맞바꿔 품앗이했다는 주장이다. 김기영 재판관 지명이 있던 8월 29일 문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장으로 우리법연구회 출신 유남석 헌법재판관을 지명했다. 김 대법원장이 인권법연구회 회장 전에 그 전신으로 이해되는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경력이 있어, 유 재판관이 국회 인준 표결을 통과하면 사법부 양대 수장을 같은 서클 출신이 장악하는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지게 생겼다. 이러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간 견제와 균형도 여지없이 무너지게 된다.

대법원도 독립성에서 안전지대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판검사 경력이 없는 김선수 변호사를 대법관에 임명했다. 민변 창립 멤버이고 회장을 지낸 그도 문재인 민정수석 밑에서 사법개혁비서관을 지냈다. 같은 날 임명된 노정희 대법관, 지난해 7월 임명된 박정화 대법관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남의 눈을 조금만 신경 쓴다면 하기 어려운 일을 김 대법원장과 청와대는 쉽게 한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확신이 있는 모양인데, 사법독립성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이명박·박근혜 정권보다 낫지 않다. 아니, 훨씬 못하다. 평상시라면 하기 힘든 인사들을 대법관·헌법재판관으로 쉽게 지명할 수 있는 배경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작용하는 것 같다. 본격적인 검찰 수사와 함께 사법부 적폐청산 바람이 일면서 판사들은 이 무리한 인사에 대해 입도 뻥긋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

sdg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