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도 산비탈 타 넘고 60㎝ 물길 헤치고… 가는 곳이 곧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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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6세대 랭글러’ 타보니

가파른 언덕, 커다란 바위가 널려 있는 계곡, 모래사막, 허리까지 빠지는 개울 등 험한 지형을 가리지 않고 달리는 자동차를 우리나라 어르신들은 ‘？차’라고 불렀다. 지프(Jeep)를 잘못 발음한 것이었다. 지프 차량 중에서도 ‘최강 오프로더’가 바로 랭글러다. 랭글러는 실제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필요에 따라 탄생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시작이었다. 1941년 군용차로 태어난 윌리스 MB에 이어 1945년 등장한 CJ 시리즈가 무려 41년 동안 장수하다, 1987년 랭글러 YJ가 나왔다. 1997년 랭글러 TJ, 2007년 랭글러 JK를 거쳐 11년 만에 완전변경된 6세대가 올해 출시된 올 뉴 랭글러(랭글러 JL)다.

파블로 로쏘 FCA코리아 사장은 최근 국내 출시 행사에서 “페라리가 트랙을 달리기 위해 설계됐다면, 지프는 모든 도로, 심지어 도로가 아닌 곳까지 정복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강원 평창군 흥정산 산길을 달리는 시승회에서 올 뉴 랭글러 사하라(사진)를 몰아봤다.

올 뉴 랭글러 사하라 모델에는 ‘셀렉-트랙(Selec-Trac) 풀타임 4x4’로 불리는 지프의 사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돼 막강한 오프로드 성능을 뽐낸다. 랭글러에는 변속기가 2개 달려 있다. 자동변속기 옆에 사륜구동 시스템 전용 변속기가 따로 자리하고 있다. ‘트랜스퍼 레버’로 불리는 사륜구동용 변속기는 2H(2륜)-4H(4륜 고단)-N(중립)-4L(4륜 저단) 등 4가지 모드로 구성돼 있다.

흥정산의 비포장도로와 산길을 올라가는 3㎞ ‘업 힐’(Up Hill) 코스에서 랭글러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어지간한 비포장 길은 변속기를 4H에 놓아도 가뿐했다. 바위 위로 올라가 작은 개울을 건넌 뒤 35∼45도 경사의 좁은 산길을 올라가야 하는 험로도 기어를 4L에 놓자 가볍게 통과했다. 마치 정글처럼 울창한 나무 사이에 군데군데 바위가 박힌 계곡의 ‘록 크롤링’(Rock-Crawling) 구간 역시 4L 모드에서는 문제없었다. 일단 올라타면 시야도 잘 확보되지 않는 큰 돌들을 천천히 타 넘고, 40∼60㎝ 깊이 물길을 헤치고 나갈 때는 짜릿함마저 느껴졌다.

특히 계기판 그래픽을 통해 차가 전후, 좌우로 각각 얼마나 기울었는지 각도를 보여주는 ‘피치 앤 롤’(Pitch & Roll) 기능도 추가됐다. 변속레버 하단에 부착된 센서가 기울어진 각도를 측정한다. 한편 올 뉴 랭글러 모든 모델에는 미국 군용차를 평가하는 네바다 오토모티브 테스트 센터(NATC)가 주관하는 혹독한 오프로드 테스트에 합격해야 받을 수 있는 ‘트레일 레이티드(Trail Rated)’ 배지가 달려 있다.

평창=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