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쌍용차 과잉진압이라면 공권력 어떻게 지키나” 경찰 내부망 3주째 ‘진상조사위 성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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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집회시위 놔두란 말이냐”
일선 경찰들 “사기 저하” 불만
민갑룡 청장 “논의 필요” 고민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행보에 경찰관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11일 현재 경찰 내부망엔 “앞으로 공권력은 어떻게 지키라는 것이냐”는 등 진상조사위를 성토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만 경찰 조직의 수장인 민갑룡(사진)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진상조사위는 지난 8월 21일 고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8월 28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농성 및 진압에 이어 이달 5일 용산 화재 참사까지 총 3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권고안을 내놨다. 진상조사위는 3개 사건 모두 경찰이 과잉진압을 펼쳤다고 결론짓고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특히 고 백남기 농민이 사망한 2015년 민중총궐기투쟁대회와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과 관련해 제기한 국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취하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경찰 내부망에선 진상조사위의 활동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서울 강북지역의 A 경찰은 “진상조사위 발표로 일선 경찰들의 사기가 저하되는 게 사실”이라며 “내부망에 이를 지적하는 글들을 읽고 크게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망엔 “손배소 취하 권고는 진상조사위의 월권이다” “앞으로 폭력집회시위가 벌어지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경찰의 손발을 모두 묶어 놓은 처사”라고 주장하는 글들이 1일 1건 이상 게재되고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남경찰청에서 고 백남기 농민의 뜻을 기리기 위해 진행하는 ‘우리 밀 살리기 운동’에 대한 시선도 복잡하다. 전남청은 고 백남기 농민이 지역민들과 함께 추진했던 우리 밀 재배사업이 판매부진을 겪자 올 추석을 앞두고 고 백남기 농민 고향인 전남 보성군에서 수확한 밀을 대량 구매해 일선 경찰에게 판매할 계획이다. B 경찰은 “취지는 좋으나 자괴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 청장은 경찰 내부망을 통해 일선 경찰들의 의견을 대폭 수용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진상조사위의 권고를 받아든 민 청장이 장고를 거듭하는 이유다. 민 청장의 고민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민 청장은 “진상조사위의 권고를 받고 한 차례 논의했다”며 “내부적으로 많은 의견이 있는 데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견도 수렴해야 해 몇 차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경찰 내부에선 진상조사위가 꼽은 ‘5대 우선 과제’ 중 밀양송전탑 건설 반대 농성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관한 결과가 나와야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