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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9월 27일(木)
‘사법부 狂風’ 갈수록 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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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사회부 부장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은 법원행정처 출신 전·현직 고위 판사들이 50명에 육박하고 있다. 6월 15일 수사를 시작한 검찰 수사팀엔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팀장으로 특수1·2·3·4부 검사 30여 명이 포진해 있다. 검찰 내 최고 특별수사 역량이 총동원돼 법원을 탈탈 털어내는 중이다. 검찰의 기세와 물량 공세에 비해 성과는 미미한 편이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의 무더기 기각 등 법원의 비협조 때문이라는 입장이지만, 애초에 이 사건은 법원 내 자체 조사로 끝낼 일이지 검찰이 수사할 사안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일단 검찰의 손을 타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 추진에 비판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 및 소속 판사들의 동향 파악에서 비롯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은 재판거래 의혹으로 둔갑해 법원을 구제불능의 집단으로 비치게 했다.

현재까지 재판거래 의혹은 증명된 바 없는 선동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사법부 70주년 기념행사에서 “지난 정부 시절의 사법 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고 재판거래를 기정사실화하듯 말했다. 동시에 촛불정신을 입법부와 사법부도 받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삼권분립에서 벗어나 있는 왕과 같은 말이었다. 이에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법원장으로서 일선 법관의 재판에는 관여할 수 없으나, 사법행정 영역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 협조를 할 것”이라고 맞장구쳤다. 법원 안팎에서는 대법원장의 ‘재판에는 관여할 수 없으나’라는 발언에 상당히 비판적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관련한 영장기각이 잘못됐으니 영장을 발부해 주라고 압박한 것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판사가 연루된 사건의 수사 내용이나 재판 과정을 체크하거나 통합진보당 관련 재판을 국정감사 뒤로 미루라고 지시하는 등의 사법행정 편의주의적 일부 행위가 재판거래 프레임으로 공격받으면서 양승태 대법원 체제의 고위법관들이 변명 한번 못해보고 적폐세력으로 몰리고 법원의 주도세력은 빠르게 물갈이되고 있다. 더 심각한 건 이제 툭하면 법원 판결이 불신되는 분위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직 대법관으로는 처음으로 여수시법원의 소액사건담당 판사가 된 박보영은 쌍용차 정리해고가 적법했다는 대법관 때의 판결에 대한 해명과 사과, 면담을 요구한 이들로 인해 최근 첫 출근길에 큰 봉변을 했다. 청와대 게시판엔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내린 판사를 해임·처벌하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온다. 판사에 대한 이런 식의 겁박은 사법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는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이 열린 날 대법원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판사들을 탄핵하거나 면직하라고 촉구하는 집회를 했다. 장삼이사도 아니고 우리나라 대표적인 시민단체가 이런 주장을 버젓이 한다. 전·현직 판사들이 관련됐으면 검찰이 청구한 영장의 적절성을 살펴보지도 않고 무조건 발부해줘야 하나. 영장을 자판기처럼 거의 100% 내주던 유신 시대, 군사정권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건가.

sdg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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