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北비핵화·美상응조치 ‘동시이행’ 대신 ‘큰 틀 병행’ 제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유엔총회 연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3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욕서 ‘北核 중재외교’

美·北측 요구의 절충안 내며
국제사회 신뢰 → 비핵화 견인

경제시찰단·美北사무소 등
美가 할 만한 새 구상도 내놔

3박 5일간의 미국 뉴욕 방문 일정을 마치고 27일 귀국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은 비핵화와 종전선언 등을 둘러싼 미·북 간 ‘패키지 딜’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카드를 제시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에 나타난 ‘북 비핵화-미 상응조치의 병행’이라는 신(新) 한반도 평화 구상에 이목이 쏠린다. 다만 방미 기간 미국과 조율된 종전선언 관련 언급이 없었고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제재 유지 입장을 들은 터여서 미 정부에 대한 설득 작업이 효과적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여전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이 북한과 미국을 잇달아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성사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2차 미·북 정상회담을 가시화했다”며 “성공적인 남북, 한·미 정상회담이 됐다”고 자평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부터 ‘수석 협상가’라는 말을 들었던 문 대통령은 이번 남북,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협상의 새로운 틀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문 대통령은 방미 기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와 미국의 안전보장은 일일이 ‘동시 이행’, 이렇게까지 따질 수 없지만 크게는 병행되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선 비핵화, 북한이 주장하는 동시·단계적 조치의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종전선언과 핵 리스트 신고 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됐던 가운데 남북,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새로운 협상 카드가 제시됐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영변 핵 시설 폐기가 등장했고, 문 대통령은 직접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제재 해제, 종전선언 외에도 인도적 지원, 예술단 교류, 경제시찰단 교환,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9월 북핵 외교 국면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기정사실화하고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북한에 대해 불신이 심한 미국 내 엘리트들을 설득하는 전략을 폈다. 문 대통령은 미국 조야를 향해 북한과의 협상에서 미국이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문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고 북한이 약속을 어길 경우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문 대통령은 철도 연결 등 남북 협력에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겠다는 뜻을 보였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