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반도전문가들 “北, 향후 비핵화협상 실패 책임 떠넘기려는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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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트에 공 넘긴 상황…
과거와 다른 자세는 긍정적”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유엔총회 연설에 대해 북한이 향후 비핵화 협상 실패의 책임을 미국에 떠넘기려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이 상응 조치를 요구하려면 핵 시설 리스트 제출 등 비핵화 의지를 보일 수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과거와 다른 자세로 나온 만큼 종전선언 논의와 같은 호혜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로버트 매닝(왼쪽 사진)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30일 문화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리 외무상의 발언은 새롭지도 놀랍지도 않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의 첫 번째 만남 때부터 비핵화는 ‘동시적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코트에 공을 넘긴 것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평양 방문에서 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얼마나 많은 ‘러브레터’를 받았는지와 상관없이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정확히 알려주기 전까지는 북한의 비핵화를 이룰 수 없다”며 “(핵시설 신고는) 김정은의 첫 번째 진정한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 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리 외무상의 연설은 내가 북한으로부터 들은 최고의 선전 연설 중 하나”라며 “향후 협상 실패의 책임을 모두 미국에 떠넘기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북한은 종전선언과 제재 해제를 통해 비핵화 이전에 미군 전략 자산 배치 중단뿐 아니라 한·미 동맹 및 유엔 사령부 해체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상응 조치를 받은 뒤에 핵 포기에 나설 것이라는 보장이 전혀 없다는 점을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리 카자니스(오른쪽) 미 국가이익센터 방위연구국장은 리 외무상의 연설을 “협상 상대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전달한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연설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대화 중단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협상이 앞으로 나갈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라이트 참여과학자연맹 국제안보담당 국장도 “리 외무상의 연설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장 폐기 등 최근 조치가 비록 가역적이기는 하지만 과거와는 다른 길을 가려 한다는 신호를 보여준 것”이라며 “미국이 종전선언 논의 등을 포함해 선의를 보이기 위해 호혜적인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