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인사이드>‘경제’ 앞세운 트럼프… ‘캐버노 인준’이후 무당파 票心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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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달 美 중간선거 판세 읽기

구직자 찾기 힘들 정도의 호황
트럼프 지지율 최근 과반 기록

공화 후보들 ‘親트럼프’ 내세워
캐버노 대법관 인준안 통과에
여성·청년층·무슬림·성소수자
트럼프에 거센 반발 … 勢 결집

상원 공화 - 하원 민주 예상속
민주서 상·하원 모두 차지 땐
트럼프 정책동력 급속히 와해
돌발적 對北정책 취할 가능성

#1. 일손 구하기 힘든 ‘블루크랩 산업’

미국 동남부 메릴랜드주의 명물은 파란색 몸으로 유명한 블루크랩이다. 4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지는 블루크랩 시즌이 되면 블루크랩을 즐기기 위한 이들로 지역이 북적인다. 워싱턴 DC 수산시장에도 살아 있거나 찜통에 찐 블루크랩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최근 이 블루크랩 산업이 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블루크랩이 줄어서가 아니라 블루크랩을 잡을 인력이 모자란 탓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블루크랩 잡이에 필요한 일자리가 10명이라고 하면 3분의 2 정도인 6∼7명밖에 구하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제한 정책으로 중남미 이민자들에 대한 노동비자 발급이 줄어든 데다가 감세정책 등에 따른 경기 호황으로 블루칼라 일자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2. 공화당 후보들의 트럼프 구애

버지니아주 10선거구 공화당 소속 바버라 콤스톡 하원의원의 TV 광고는 세금, 사회복지, 이민 정책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싱크로율이 97.8%에 달한다고 자랑한다. 3선에 도전하는 콤스톡 의원은 한국 이민 사회에 대한 이해가 깊은 지한파 의원. 민주당 후보는 제니퍼 웩스턴 전 검사로 ‘여여 대결’이다. 크리스토퍼 뉴포트대의 여론조사를 보면 51% 대 44%로 웩스턴 전 검사가 7%포인트 앞선다. 언론들은 웩스턴 후보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워싱턴타임스는 지난 2일 “웩스턴 후보의 지지율이 앞서고 있지만 지난 6월의 10%포인트 격차와 비교하면 좁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콤스톡 의원은 친트럼프 선거운동을 밀고 나갈 계획이다.

캐버노 대법관 선거 주요변수로=10일로 미국의 2018 중간선거가 정확히 27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선거는 ‘워싱턴 정계의 이단아’인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 성격이 강하다. 당초에는 상원은 공화당이 차지하고, 하원은 민주당이 장악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하원 의석수는 무소속 성향 의원을 포함해 공화당 241석과 민주당 194석, 상원은 공화당 51석과 민주당 49석이다. 민주당은 하원에서 24석을 더 얻으면 다수당의 자리를 차지한다. 하지만 지난 7일 상원에서 브렛 캐버노 대법관 인준안이 50대48로 통과되면서 모든 것이 혼돈에 휩싸여 있다. 청문회에서 크리스틴 포드 팰러앨토대 심리학과 교수가 36년 전 캐버노 지명자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고 증언한 이후 미국 사회가 분열되면서 중간선거일인 11월 6일까지 표심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가 변수다.

공화당 지도부는 포드의 증언을 민주당의 음모와 공작으로 규정하고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에 민주당 지도부는 공화당을 여성 인권을 외면한 남성 권위주의 정당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최근 NPR·PBS·마리스트 공동조사에서 자신을 무당파라고 답한 응답자는 34%. 공화당 지지자는 더욱 강하게 공화당 후보들을 지지하고, 민주당 지지자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여 결국 열쇠는 무당파가 쥐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무당파가 포드의 증언을 거짓말이라고 판단하면 ‘레드 웨이브(공화당 물결)’가, 캐버노의 증언을 거짓말이라고 여길 경우 ‘블루 웨이브(민주당 물결)’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분석이다. 좌파 언론으로 분류되는 CNN은 7일 “캐버노 대법관 인준은 전국적으로 성과 권력, 정치 이슈에 대한 토론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우파 언론인 폭스뉴스는 같은 날 “캐버노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급진좌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공화당의 결집 흐름을 전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일자리 증가와 성장률 상승 등 경제성적, 로버트 뮬러 특검으로 의혹이 더욱 짙어진 러시아 게이트에 대한 무당파의 평가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 요인이다. 민주당의 급진화도 이들의 선택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상승하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지난 4일 발표된 IBD·TIPP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0%로 한 달 전에 비해 4%포인트 상승했다. 이러한 지지율 상승은 고졸자(42%→54%)와 지방 거주자(45%→59%)의 지지율이 급등한 덕분이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들만 보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9월 76%에서 84%로 급증했다. 1일 미 공영라디오 방송 NPR와 PBS 뉴스아워, 여론조사업체 마리스트 공동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1%였는데 이 중 공화당 지지자들의 지지율은 88%나 됐다.

미국의 이번 중간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의료보험, 감세 등 국내 정책에서부터 통상협약과 무역전쟁, 기후변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판결이기도 하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밀어붙이게 되고,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탈환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동력이 급격히 와해하게 된다. 의회에서 탄핵의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 심지어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북한 핵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하원을 모두 잃으면 국정 주도권 확보를 위해 돌발적인 대북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있고, 상·하원을 모두 얻으면 보다 안정적으로 대북정책을 전개해 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부 여론 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과반을 기록했다. 5일 여론조사 기관 라스무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51%로 지난 5월 4일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과반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릴 경우 이번 중간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셈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과 세금정책, 이민정책 등에 반대했던 공화당 후보들은 경선에서 낙선하거나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 경선에 나섰던 마크 샌퍼드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얻은 케이티 애링턴 하원의원에게 패배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하고 불안정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던 팀 폴렌티 전 미네소타 주지사도 이번 미네소타 주지사 경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제프 존슨 전 의원에게 졌다. 트럼프 대통령 정책을 비난했던 테네시 주 밥 코커 상원의원은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경선에서 승리할 확률이 낮아지자 아예 불출마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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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선언을 얻어낸 후보들은 경선에서 이변을 일으키며 승리했다. 플로리다 주지사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을 받는 론 드샌티스 하원의원은 5선 의원 출신에 주 농업장관을 지낸 애덤 퍼트넘 후보를 56.5%대 36.5%라는 큰 격차로 물리치는 이변을 일으켰다. 캔자스 주지사 경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크리스 코백 후보가 낮은 본선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제프 콜리어 주지사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동안 미국 대통령은 상·하원 및 주지사 선거에서 당의 큰 정책 방향만 제시하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는 밝히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신보수주의와 같은 공화당이 나갈 방향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경제 부흥이라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유대를 강조하는 것이 중간선거 승리를 보장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경제 호황과 캐버노 이슈로 보수층이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집결하는 것만큼이나 여성과 청년층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 성소수자, 좌파로 흐르는 민주당=민주당은 여성, 성소수자, 무슬림, 사회주의자 등 반 트럼프 노선을 분명히 보여주는 후보를 내세워 이러한 트럼프 반대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미 럿거스대 미국여성정치센터(CAWP)에 따르면 이번 중간선거 여성 후보는 민주당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 확정된 주지사 여성 후보 16명 중 12명(75.0%), 상원의원 여성 후보 22명 중 15명(68.2%), 하원의원 여성 후보 235명 중 183명(77.9%)이 민주당 후보다. 또 버몬트 주지사 후보에는 트랜스젠더인 크리스틴 홀퀴스트 후보가 선정됐고, 미네소타주 하원의원 후보로는 무슬림인 일한 오마르가 뽑혔다. 심지어 자신을 사회주의자라고 하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가 뉴욕주 하원의원 후보가 됐다. 이는 지난 대선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패배 원인을 당내 기성세력 탓으로 보는 민주당 내 급진세력이 반 트럼프 노선을 내세워 세력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분석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538)는 7일 현재 민주당이 중간 선거 승패 기준이 되는 하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할 확률을 74.1%로 예측했다. 이 경우 민주당은 228석을 차지해 하원 다수당을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도 하원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7일 현재 하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우세 지역은 205개, 공화당 우세 지역은 198개였다.

정치 분석 기관들의 예상대로 민주당이 하원에서 과반수를 차지할 경우 모든 하원위원회를 장악할 수 있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임기 하반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역대 중간선거에서 현직 대통령이 이끈 여당이 승리한 적은 대공황 때인 1934년(프랭클린 루스벨트)과 경제 호황이었던 1998년(빌 클린턴), 9·11테러 여파가 미친 2002년(조지 W 부시) 단 3차례였다는 점에서 중간선거 패배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무관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최고의 ‘비호감 대통령’으로 주류 언론들의 집중적 공격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중간선거는 미국의 행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