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의 양보 없인 G20서 무역대화 없다”

재무부 “환율조작국 지정 검토”
강경압박… 中 반발 갈등 커져

미국이 현재진행형인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구체적 양보안을 내놓지 않으면 중국과 무역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며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미국은 조만간 발표될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 및 중국 현지언론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이 무역분쟁에 대한 타협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오는 11월 3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무역 관련 회담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5월 초 열린 1차 미·중 무역협상에서 미국 협상단은 류허(劉鶴) 중국 부총리에게 미국산 에너지 및 농산품 대규모 장기 구매 등 140여 개 요구안을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이 정치적으로 위협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보장을 하지 않는 한 양보안을 제시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중국은 8월 미국 측 요구 가운데 3분의 1은 즉시 수용 가능하고 나머지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자 9월 예정됐던 회담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위안화 가치의 가파른 하락(평가절하)에 따른 중국의 환율 조작 문제도 미·중 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미 재무부 고위관리는 8일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를 우려하고 있다”며 “재무부는 조만간 나올 환율보고서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번 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공식 지정하도록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압력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중국은 환율을 무역분쟁의 수단으로 사용할 뜻이 전혀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위안화 환율에 관한 중국의 입장은 매우 분명하고, 일관된다”며 “중국은 위안화 가치 하락을 통해 수출을 촉진할 생각이 없고 환율을 무역과 경제 분쟁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는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있다”며 “하지만 이미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전쟁 영향이 미국과 중국에 모두 미치지만 중국의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내년도 미국 경제성장률은 기존 전망치보다 0.9%포인트 하락하지만 중국은 1.6%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