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단속 명분으로 ‘표현의 자유’ 위축시켜선 안돼”

“정부·여당 처벌 추진 우려” 제기, 조맹기 미디어연대 대표

“가짜 뉴스에 대한 정의 불분명
경찰의 판단 자격 여부도 의문
판단 주체 등 공론화 과정 필요”

최근 정부와 여당이 가짜뉴스 근절 방안을 마련 중인 가운데 “가짜뉴스를 단속한다는 명분으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맹기 미디어연대 공동대표는 10일 이 같은 우려를 표명한 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가짜 뉴스의 정의와 판단 주체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경찰은 이미 생산돼 유포 중인 가짜 뉴스만을 대상으로 단속하고 수사할 수 있음에도 최근 인지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며 “이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조치일 뿐만 아니라 경찰이 인터넷 콘텐츠에 대해 가짜뉴스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대표는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로 지난 4월 설립된 미디어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조 대표는 무엇보다 가짜 뉴스의 정의 자체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처벌 등과 관련된 대책들이 쏟아지는 건 문제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가짜 뉴스의 정의가 광범위하고, 현재 발의되고 있는 법안들 사이에서도 가짜 뉴스의 범위를 다르게 보고 있어 정부와 국회는 물론 시민들도 헷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기본적으로 정의에 대한 공감대조차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콘텐츠를 억압하는 방안부터 논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의된 일부 법안에서는 여러 확인 절차를 거쳐 생산한 언론사의 기사가 오보일 경우에도 가짜 뉴스에 포함시켰다”며 “오보와 정정보도의 과정마저 가짜 뉴스로 본다면 취재의 자유를 침해받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언론의 견제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이 때문에 가짜 뉴스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짜 뉴스는 무엇인지, 누가 판단할 수 있는지, 처벌이 필요한지 등의 방법에 대해 사회적 토론을 거쳐 세밀하게 다뤄야 한다”며 “언론과 시민들의 자발적 검증 등 자정 작용을 통해 밝혀낼 진실의 영역에 정부 등 특정 기관이 개입하게 될 때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튜브가 시민들의 의견 개진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조 대표는 “유튜브 등은 현장성, 다양성의 장점을 가지고 있어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표현하는 창구가 된다”며 “이러한 활동을 통해 시민들의 판단력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기 때문에 가짜 뉴스의 기준을 마련하는 데 엄격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