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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Global Focus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12일(金)
민족별 3명 ‘순번제 대통령’… 분리주의자 등장에 발칸반도 또 戰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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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세르비아계 밀로라드 도디크, 보스니아계 세피크 자페로비치, 크로아티아계 젤코 콤시치.

대선 끝낸 보스니아 - 헤르체고비나 ‘분열 - 통합’ 갈림길

보스니아 내전후 ‘원수 순번제’
세르비아계 지도자 독립 주장
러시아 푸틴도 공개지지 나서

일각 “분리독립 움직임땐 전쟁”
온건파 중재 역할 나설 가능성
성숙해진 국민 의식에도 기대


1995년 데이튼 협정으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내전이 끝나고 평화가 깃든 지 23년 만에 다시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복잡한 정치체제를 통해서라도 다민족국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됐지만 지난 7일 치러진 총선에서 세르비아계 대통령위원회 위원에 분리독립파 밀로라드 도디크(59)가 당선되면서 이를 계기로 국가 분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분열될 경우 이에 영향을 받은 주변국들의 군사 개입 가능성이 높아 또다시 발칸반도가 심각한 전화에 휩싸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정치체제의 승자 = 12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7일 시행된 대통령선거에서 세르비아계에 밀로라드 도디크, 보스니아계 세피크 자페로비치, 크로아티아계 젤코 콤시치가 중앙정부 대통령위원으로 선출됐다는 예비 선거결과를 발표했다. 3명의 대통령위원은 향후 4년간 8개월씩 돌아가며 대통령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없는 순번제 대통령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이 지역의 복잡한 역사 때문이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붕괴되면서 세르비아-몬테네그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마케도니아 등 5개국으로 갈라졌고, 이후 2006년 다시 몬테네그로가 세르비아로부터 독립했다. 구 유고 연방 지역 중앙에 위치한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는 정교를 믿는 세르비아계와 이슬람교도(무슬림)가 대다수인 보스니아계, 가톨릭교도인 크로아티아계가 뒤섞인 채 독립했고 이후 계속되는 민족 간 반목과 주변국의 이해관계가 얽히며 1992년 내전이 발발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민간인 학살범죄로 8000명이 사망하고 여성 수만 명이 성폭행당하는 등 ‘인종청소’란 말까지 등장했던 참혹한 내전은 1995년 미국을 중심으로 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개입으로 끝났다. 당시 협정에 따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보스니아계와 크로아티아계 주민으로 구성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FBiH)과 세르비아계 중심의 스르프스카 공화국(SR)이 연합한 2체제 1국가 형태로 가까스로 봉합됐다.


◇민족 중심주의 강화, 흔들리는 평화 = 문제는 세르비아계 대통령위원 당선자 도디크가 골수 민족주의자로 이번 대선에서 SR의 분리 독립을 국민투표에 부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실제 도디크는 당선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스니아 평화협정이행 국제사회 고위대표부(OHR)’를 폐지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OHR는 대통령과 정부를 대신해 입법권 및 인사해임권을 가진 최고권력기구로 서방에서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파국을 막는 ‘최후의 보루’로 여기지만 도디크는 이를 외세의 상징으로 폄하하고 있다. 도디크는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다”며 SR 분리독립을 밀어붙인다는 계산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반서방 성향의 도디크를 공개 지지하고 있지만 미국은 도디크가 보스니아 내전을 종식시킨 데이턴 협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제재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SR가 분리 독립할 경우 인근 국가인 크로아티아는 크로아티아계 주민들의 보호를 위해 군사행동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다. 크로아티아가 군사 개입에 나서게 되면 세르비아 역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 보스니아 내전 당시와 마찬가지로 크로아티아계와 세르비아계 간 충돌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이뤄질 수 있다. 발칸반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기 전 미국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 경우 발칸반도를 자신들의 앞마당으로 여기는 러시아 또한 끼어들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보스니아계 대통령위원 자페로비치도 언제든지 자국에 터키를 끌어들일 수 있는 인물로 관측되고 있다. 중소정당인 시민동맹의 니하드 콜파 대표는 “분리독립이 기정 사실화될 경우 전쟁은 필연적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온건파인 콤시치 크로아티아계 대통령위원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분리에 반대 입장이다.

◇성숙해진 국민, 전쟁 막을 유일한 희망 = 다만 정치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이 전에 비해 크게 성숙했다며 이를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의 분열을 막을 희망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민주행동당과 크로아티아민주연합(HDZ)의 득표율이 15.58%, 8.59%로 내전 직후 30.2%, 14.1%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미국 애틀랜틱카운슬은 “강한 민족주의를 내세울 수 있는 지도자들은 점점 사라지고, 시민들의 주권의식은 점점 깨어나는 편”이라고 이번 선거를 평가했다. 또 대선 직전 반정부시위에 나섰다가 피살된 대학생 다비드 드라기셰비치(21)의 죽음에 항의하며 4만 명 넘는 인원이 대규모 시위를 벌인 것도 유권자들이 점점 성숙해지고 있는 증거로 분석된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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