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경제 정책·인사 근본적 수술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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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경제지식네트워크 대표

9월 고용동향을 보면 실업률이 0.2%, 고용률은 0.3% 떨어지고 취업 포기자의 증가로 청년의 확장실업률은 1.2%p 올라 22.7%로 치솟았다. 가장 경제활동이 활발해야 할 30∼50대의 실업자가 크게 늘고, 최저임금의 영향을 크게 받는 영세 서비스업에서 30만 개의 일자리가 줄었다.

현 정부의 이단적 소득주도 성장론이 명백한 부작용을 내고 있는데, 당국의 변명은 카멜레온처럼 계속 바뀐다. 통계의 해석이 잘못됐다며 ‘90% 긍정효과’를 강변하더니, 인구 감소와 날씨 탓이 군색해지자 기다리면 좋아질 수 있다는 무책임한 인내론을 들고나왔다. 그러다가 정책적 변화 없이 포용성장의 새 명분을 내세우더니, 급기야는 체질 개선론에서 조정시장 경제체제로 체제를 전환하고 있다는 혁명적인 주장까지 나온다.

급기야는 ‘공공부문에 단기 일자리를 독촉하고 있다’는 꼼수 정책까지 등장한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라고 해서 정부 경제정책의 오류에 대한 시정(是正)이 이뤄지려나 하는 희망을 갖게 하더니, 바로 ‘고용의 질은 좋아지고 있다’는 발언으로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대통령이 ‘일자리 양을 늘리는 구조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파괴의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인식을 정부는 명백히 해야 한다. 거기에서 시작해 공약과 정권의 이념을 포함한 경제정책 근간과 경제정책 집행자들의 능력과 팀워크에 대한 근본적 수술이 필요하다.

우선, 기업이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을 진정 믿는다면, 정권의 무분별한 시장 개입과 반기업 적대정책 및 권력 남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고용노동부의 민간 고용에 대한 직접적 개입,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의 대출 조건 및 금리 결정의 관치, 공정거래위원장의 권력 남용적 사기업 지배구조와 내부거래에 대한 무차별 압박 등으론 기업을 뛰게 할 수 없다.

그리고 경제 컨트롤타워에 대한 혼선을 바로잡아야 한다. 노동운동하던 낙선 정치인들의 일자리처럼 돼 버린 일자리위원회는 없느니만 못하다. 독일의 노동개혁을 성공시킨 하르츠위원회의 위원장은 기업의 최고경영자였다. 아마추어들이 프로를 훈계하는 일은 중단돼야 한다.

또한, 우리의 경제 현실에 대한 기본 인식부터 틀린 무자격의 경제정책 인사들을 즉각 교체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재난적 양극화 상태라거나, 경제인구도 줄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15세 이상 국제 기준의 경제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경제활동 참여가 거의 없는 15세에서 20대 초반이 크게 감소하는 대신 장년층은 늘어나고 있고, 여성의 경제 참여도 증가하고 있어 우리의 실질경제인구는 아직도 크게 늘고 있다.

지금까지 문 정부는 시장을 적폐로 보고 권력이 정의를 실현하는 능력이 있다는 오만으로 일관해 왔다. 정치가 경제의 우위에 서는 한 시장이 정상 작동될 리 없다. 청와대의 이념 서클에 의해 내각이 무력해지는 혼선 체제가 계속돼 왔다. 이를 바로잡는 일은 문 대통령의 진지한 성찰에서 시작돼야 한다. 하이에크는 경제학이 해야 할 흥미로운 역할을 정책 당국자들이 디자인하고 있다고 상상하는 것에 대해 그들이 얼마나 아는 게 없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시장보다 정의롭고 현명하다는 오만을 버리지 않는 한 지금의 비극은 계속될 것이다.

결국 문 대통령의 현명한 처방은, 유능한 인사를 찾아서 ‘경제 살리기’ 권한을 대폭 위임하는 방안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