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수의 글로벌 경제 이야기 - (23) 美 금리인상 후폭풍
주요 지표인 美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임계치인 3% 돌파
주가 급락하고 공포지수 급등
무역전쟁 확산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직격탄 우려
자본유출 압력 받는 신흥국들
울며겨자먹기 금리 동반 인상
수출보다 빚에 경제 의존한탓
브라질·아르헨티나 사례 보듯
외국인 투자자 인식이 더 중요
부채外 금융위기 요인 있다면
그것이 중국일때 가장 타격 커
#1.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글로벌경제의 중앙무대에 올랐다. 금리 인상 후폭풍이 전 세계 금융시장에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예전과 달리 9월의 금리 인상은 미 국채시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10년 만기 국채 연 수익률이 3%를 넘어선 것이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중요한 금융지표다. 미국 안팎에서 각종 대출과 채무상품에 적용되는 금리는 거의 이 수익률에 연동된다. 나아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서 이 수익률이 오르면 그만큼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수익률도 높아지게 된다. 미국경제의 불황 논쟁을 지핀 것은 이 수익률이 오랫동안 3%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데 연유한다(그림 참조). 많은 투자자는 이 임계치를 넘어선 것을 미국경제 나아가 글로벌경제가 마침내 전환점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본다.
한편 국채금리가 3%를 넘어 급등하자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쏠리고 그 결과 주가는 큰 조정을 받고 있다. 월가의 공포지수 VIX가 급등하고 선진국 6개 통화에 대한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DXY)도 상승했으며 신흥국 주가와 통화는 크게 출렁댔다.
현재 글로벌경제의 금융불안은 중심국, 특히 그 가운데서도 미국 경기는 확장하고 신흥국은 축소되는 비대칭적인 경제 여건에 그 요인이 있다. 앞으로 계속될 Fed의 금리 인상이 글로벌경제에 어떤 파급효과를 미칠지가 관건이다.
미국경제는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연 4.1%를 기록했고 실업률은 50년 만에 최저치를 보이고 있으며 뚜렷한 상향 추세를 보이던 인플레이션은 지난 5월부터 3%를 향해 다가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경기순응적 - 경기변동을 완화하기보다는 더 부추기는 - 경제정책을 수행하고 있으며 미래의 불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선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올 1조 달러 이상의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금융규제 완화조치와 도드 프랭크 금융개혁법에 따라 설립된 소비자금융보호국(CFB)의 축소도 금융회사의 위험 추구 행위를 또다시 부추길 수 있다는 경고다.
한편 2015년 말부터 모두 8번 단행된 Fed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2%대의 기준금리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사실 초저금리 통화정책은 선진국에서 현재진행형이다. 스위스 정부는 올해 2.9%(6월 전망 2.4%) 성장을 기대하고 있으나 기준금리는 지난 45개월 동안 마이너스 금리(-0.75%)를 유지하고 있다. 환율절상을 막고자 함이다.
아이러니하게도 5년 전 글로벌경제의 성장 동력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간 빅 시프트 이후 다수 신흥국은 어려워진 경제 여건에도 불구하고 높은 금리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이 금년 성장률을 0.8%(7월 1.5%)로 하향 전망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6.5%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자본유출 압력 때문이다.
#2. Fed의 금리 인상이 계속될 때 빚이 많은 신흥국일수록 고통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주요 20개국(G20)이 주도해 설립한 금융안정위원회(FSB)는 2016년 말 그림자 금융이라고도 하는 비은행 금융회사의 자산이 160조 달러에 이르며 글로벌 금융자산의 48%로 추정했다. 국제금융연구소(IIF)에 따르면 1분기 글로벌경제의 부채는 248조 달러, 국내총생산(GDP) 대비 318%에 이른다. 특히 신흥국은 2007년 글로벌 부채의 7%에서 2017년 26%로 4배 가까이로 증가했고 비금융기업의 부채는 2008년 말 GDP 대비 56%에서 105%로 늘어났다. 글로벌경제의 대침체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이 어려움을 겪게 되고 수출 대신 빚에 경제를 의존한 데 따른 결과다.
중국이 대표적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1분기 정부를 제외한 기업, 가계부문 등 비금융부문이 빌린 신용은 GDP 대비 213.4%에 이른다. 일본(156.2%), 미국(150.9%)보다 그리고 빚의 대국인 우리나라(194.3%)보다도 더 많다. 더욱이 외채는 1조7000억 달러가 넘는다.
경제이론은 환율을 시장에 맡기는 한 통화정책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 이론에 중대한 흠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글로벌경제의 자본 흐름은 중심국 미국의 통화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즉 Fed의 통화정책이 글로벌은행의 레버리지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글로벌경제의 자본 흐름과 자산가격에 지대한 파급효과를 동반하는 것이다.
그림은 2005년부터 월별 한·미 양국의 10년 만기 국채 연 수익률을 보여준다. 비록 Fed의 금리 인상이 시작된 2015년 12월 말 금리 역전이 일어났으나 국채 수익률은 한은 기준금리보다 미 국채 수익률과 더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며 움직인다. 글로벌경제의 집값 동조화는 또 다른 예다. 그러므로 환율을 시장에 맡기든 아니든 Fed가 금리 인상 기조에 들어설 때 자본유출 압력과 함께 시장금리가 높아지게 되고 이때 빚이 많거나 경상수지가 적자거나 보유 외환이 부족한 주변국들은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자본유출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국내경제 여건과 무관하게 금리를 동반 인상하게 된다. 통화정책의 동조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한편 선진국에서는 포퓰리즘으로 무장한 보호주의가 대두됐다. 보호무역 현황을 데이터로 구축한 globaltradealert.org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 조치가 날로 늘어나고 있음을 수치로 보여준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위험한 것은 관세가 아니라 미국과 글로벌경제가 나란히 번영할 수 있는 대안이 무엇인지 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비판했다. 나라마다 무역전쟁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3. 또다시 세계경제 위기를 말하는 전문가들의 발언은 마치 우리를 오늘 이 자리에 있게 한 10년 전으로 되돌리는 것 같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미 대선의 해인 2020년 글로벌경제의 불황과 금융위기가 일어날 10가지 이유를 들었다. 요약하면 미국의 경기순응적 재정정책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여 Fed는 금리 인상을 가속하고 다른 중앙은행도 합류, 글로벌경제의 유동성이 위축된다.
한편 트럼프 정부의 무역분쟁은 비우호적인 경제 여건을 조성,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과 일부 선진국이 성장을 빚에 의존하게 되나 결국 유동성 부족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10년 전과 같은 Fed의 최종 대부자 역할은 기대할 수 없으며 더욱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같이 구제금융, 완화적 재정 통화정책은 가능하지 않다. 구제금융은 정치적으로 불가능하고 재정 통화정책은 소진됐기 때문이다.
흔히 위기를 잘못된 정책에 대한 시장의 형벌에 비유한다. 그러나 최근 신흥국 위기를 놓고 과연 시장의 형벌이 온당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칠레 출신의 경제학자이자 재무장관을 지낸 안드레스 벨라스코는 브라질보다 경제 펀더멘털이 나았던 아르헨티나가 극심한 외환위기로 몰린 사실은 신흥국 위기에 대한 기존의 시각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외견상 아르헨티나의 경상수지 적자는 브라질보다 크고 외채도 더 많다. 작년 말 현재 보유 외환은 브라질의 7분의 1 수준도 안 된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경상수지 적자는 브라질보다 더 높은 저축률에도 불구하고 투자율이 더 높았던 데 그 요인이 있다. 양국 경제성장률(2017년 아르헨티나 2.9%, 브라질 1.0%)이 이를 반영한다. 더욱이 아르헨티나의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는 브라질보다 훨씬 낮았다.
유동성 위기는 예상치 않게 그리고 경제 펀더멘털과 별 관련 없이 올 수 있는 것이다. 지난 15년간 꾸준히 긴축재정을 해 온 아르헨티나는 시장의 칭송을 받다 갑자기 어느 날 저주의 대상이 됐다. 그는 무책임하나 유동성이 높은 신흥국은 원죄(原罪·자국통화로 외채 발행이 불가능한 상황을 이름)의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되나 검약하지만 유동성이 낮은 신흥국은 언제든 그 벌을 받을 수 있다고 개탄했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전년 대비 1분기 3.9%에서 2분기 -4.2%로 성장률이 자유낙하했으며 또다시 IMF에 손을 벌렸다. 이와 같은 벨라스코의 지적은 케인스의 미인대회를 연상케 한다. 나라경제의 펀더멘털보다는 그 나라경제를 보는 투자자의 인식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4. 최근 제롬 파월 Fed 의장은 Fed의 금리 인상 전략이 두 가지 잠재적 정책 오류의 위험에서 균형을 취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 위험은 너무 빠를 때 경기확장이 조기에 마감, 인플레이션이 2%에 안착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 다른 위험은 너무 늦을 때 경기가 과열, 인플레이션이 크게 높아지거나 금융 불균형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의 발언을 빌리자면 현재 Fed는 12월에도 후자의 위험이 전자보다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경수 한국경제학회장
‘성공은 위기로 이어지는 지나침을 낳는다’로 요약되는 금융 불안정 가설에 따르면 빚이 지나칠 때 경제는 언제든 갑자기 나빠질 수 있다. 즉 빚과 경제상태의 관계가 선형이 아니라 어느 시점에서 변곡점이 존재하는 비(非)선형인 것이다. 불행히도 비선형이 어느 시점에 일어날지 알 수 없다.
한편 위기는 빚 때문만에 오는 것은 아니며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것이 동반될 때 비로소 그 조건이 성숙된다. 이 미지의 것은 시카고학파 창시자의 하나인 프랭크 나이트가 정의한 불확실성, 즉 근본적인 무지(無知), 지식의 한계 및 미래의 사건에 대한 본질적인 예측 불가능성을 의미한다. 유사하게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초대 국방장관을 지낸 도널드 럼즈펠드가 인용, 회자된 Unknown Unknown, 즉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것에 해당한다.
10년 전 무지는 금융의 복잡계 - 주택담보대출이 증권화되고 이 증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금융상품이 금융회사의 만기전환 활동을 통해 전 세계에 팔려나가고 집값 거품이 빠지자 저신용 모기지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됐다 - 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했다.
어쩌면 앞으로 글로벌 경제위기가 다시 온다면 무역전쟁이 초래할, 우리가 미처 모르는 것 때문일 수 있다. 만약 그것이 중국이라면 우리로서는 가장 경계해야 할 가능성이다. (문화일보 9월 5일자 28면 22 회 참조)
한국경제학회장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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