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한국車…현대차 실적악화에 부품업계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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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3분기 어닝쇼크 전망”
美·中판매부진에 환손실 덮쳐
“영업익 32%↓…8183억 예상”

부품업계도 잇따라 枯死 위기
정부에 3兆 긴급자금 수혈요청
1차협력사 47%가 1분기 적자

제조업 생산의 13.9%, 제조업 종사자의 12.0%를 차지하는 한국 자동차 산업이 벼랑 끝에 서 있다. 판매 부진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은 계속 ‘후진’하고 있고, 연쇄적으로 부품업계가 생존 기로에 내몰리면서 산업 생태계 자체가 급속도로 무너지는 상황이다. 급기야 부품업계가 3조 원의 긴급자금 수혈을 정부에 요청하기까지 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KB증권 강성진 연구원은 23일 “현대차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와 같은 24조 원, 영업이익은 32.0% 감소한 8183억 원으로 추정된다”며 “이런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12.9%를 하회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의 판매 부진에 원화 강세와 주요 신흥국 통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 연구원은 “부진한 실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5월 정상화에 돌입한 한국지엠은 법인 분리 문제로 또다시 ‘먹튀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1조 원 안팎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군산공장 폐쇄와 2700명 희망퇴직으로 인건비가 감소했음에도, 8400억 원의 적자를 냈던 지난해보다 더 큰 적자 규모다.

부품업계는 상황이 심각하다. 자동차부품업계가 22일 정부에 3조 원이 넘는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은 은행 빚에 허덕이는 기업에 자금 지원을 하지 않으면 연쇄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여신 규모 28조 원 중 약 10%는 자본 잠식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된 1차 협력사 89개사 중 47.2%에 해당하는 42개사가 올해 1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 중 28개사는 1분기에 적자로 바뀐 상태다. 올해 6월 자동차 흡기 및 배기 업체 리한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했고, 7월에는 고무부품업체 에나인더스트리가 만기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냈다. 2, 3차 협력사 상황은 정확히 파악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1∼2가지 처방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면서 “세계 경기에 편승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노동친화정책 등에 대한 경제정책의 대전환이 있어야 시장의 붐이 일어나고, 이와 연동돼 자동차 판매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완성차 업체들도 주력시장만 쳐다볼 게 아니라 소비자 입맛에 맞는 차종 개발, 경쟁력 제고를 통한 제3세계 시장 개척 등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