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o >나이 차면 결혼하던 베이비붐 세대와 달리 경제력 갖춘 뒤 선택

- 이혼율 확 줄인 밀레니얼 세대

해야 하는 일 아닌 성취로 여겨
혼전 동거 늘고 결혼 포기 빨라

‘밀레니얼 세대가 이혼율을 줄인다.’

기성 세대에 비해 결혼에 신중한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이혼 결정에도 훨씬 더 신중하고 그만큼 이혼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7일 필립 코언 메릴랜드대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20대 후반 세대는 결혼 후 이혼 확률이 50% 미만으로 떨어졌으며 이들이 결혼생활을 지속할 가능성은 더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이혼율은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져 1992년 1000명당 4.8명에서 2016년에는 3.2명으로 낮아졌다. 코언 교수는 이 같은 조사 결과가 결혼이 줄었기 때문이 아니라 결혼한 부부의 이혼 확률이 전보다 유의미하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코언 교수는 이혼율 감소가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관 변화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주변 환경이나 상황 등과 관계없이 결혼적령기가 되면 결혼하던 베이비붐 세대와 달리 밀레니얼 세대와 후기 X세대는 정규교육 과정을 모두 마치고 경제적 여건이 갖춰졌을 때 결혼을 선택하기 때문에 일단 결혼하면 이혼할 가능성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8년에서 2016년 사이 미국 부부들의 이혼율은 18% 가까이 떨어졌다고 코언 교수는 설명했다.

또 배우자의 교육 수준이나 소득 등 결혼생활의 여건이 나아진 것도 밀레니얼 세대의 이혼율 감소에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코언 교수는 “과거에 비해 현재 결혼하는 세대는 모두 고학력자에 사회·경제적으로 안정되는 등 결혼생활을 유지할 가능성이 전보다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결혼이 늦어지는 대신 혼전 동거 비중이 높아졌고, 상대적으로 교육과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커플은 과감히 결혼을 포기한다고 코언 교수는 덧붙였다. 코언 교수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점점 결혼은 어떻게든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일종의 성취하는 지위처럼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이혼율이 낮아지는 추세는 미국뿐 아니라 영국도 마찬가지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영국의 이혼율은 소폭 증가했지만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영국 국가통계국이 집계한 2015년 이혼율(잉글랜드 및 웨일스 지역 대상)은 1973년 이래 4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이혼율 감소에는 최근 나이 든 사람들의 결혼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한몫하고 있지만 젊은 세대 역시 보다 신중하게 결혼을 선택하면서 이혼율도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