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일장사’ 김영석·양영애 老부부의 아름다운 기부

혹독한 가난을 딛고 일군 재산을 대학에 기부한 ‘과일장사’ 노(老)부부가 각박한 사회에 신선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의 김영석(91)-양영애(83) 씨 부부는 25일 거주지 인근의 시가 200억 원인 땅 5필지와 건물 4개 동을 고려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에 기증했다. 추가 기증할 토지·건물까지 모두 400억 원을 기증하는 것으로, 고려대 역사상 개인 기부로는 최대 규모다.

재산이 많든 적든 사회에 기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간난신고(艱難辛苦) 속에 맨손으로 평생 모은 재산을 아무 대가 없이 내놓는 것은 더 어려운 일로, 귀감이 되고도 남는다. 노부부의 기부가 더 아름다운 것도 그런 이유다. 광복 후 월남해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던 김 씨는 6·25전쟁 휴전 직후 양 씨와 결혼해 사과장사를 시작했다. 판잣집에서 15년을 살며 리어카 노점을 하는 동안에도 이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는 과일을 팔겠다”고 다짐하며, 매일 가장 먼저 새벽 시장에 가서 좋은 품질을 선점했다고 한다.

푼푼이 모은 종잣돈에 대출금을 더해 1976년 상가 건물을 처음 샀던 이들의 평생에 걸친 근검절약 또한 돋보인다. 현 거주 아파트의 소파는 40년 전에 양 씨가 언니에게 얻었고, 장롱도 40년 전에 산 ‘생애 첫 옷장’이라는 사실은 하나의 예일 뿐이다. “초등학교조차 나오지 못한 사람이 기부를 할 수 있어 기쁘다”고 한 노부부의 바람대로 ‘어려운 학생들도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훌륭한 인재가 되게 하는 일’은 해당 대학은 물론, 사회 전체의 책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