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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18년 11월 01일(木)
남들이 가지 않은 길 걸었던 ‘모험예술가’…31년 전 오늘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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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재하 ‘사랑하기 때문에’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김수영 ‘폭포’ 중). 솔직히 금잔화는 그 시에서 보고 끝이었다. 길가에 지천으로 피어 있어도 모르고 지나쳤을 거다. 금잔화를 넋 놓고 본 건 멕시코 배경의 애니메이션 ‘코코’에서다. 지금 그곳을 여행 중이라면 금잔화 향기에 흠뻑 취할지도 모르겠다. 멕시코는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가 ‘죽은 자들의 날’인데 망자들이 이승으로 건너오는 무지개다리 위에 금잔화 꽃잎이 수북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생사초월의 사랑을 담은 ‘코코’의 포스터에 쓰여 있던 질문이다. 주제곡의 여운조차 꽃 색깔만큼이나 강렬했다. ‘서글픈 기타 소리 들을 때마다(Each time you hear a sad guitar)/함께 있다는 걸 알아줘(Know that I’m with you)/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잖아(The only way that I can be)’(‘리멤버 미(Remember me)’ 중).

음악동네에서 오늘(11월 1일)은 기억할 만한 날이다. 바이올린, 피아노, 기타, 키보드 등 여러 악기 연주에 능통했던 대학생 미카엘(세례명)은 스물두 살이던 1984년에 그 유명한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키보드 주자로 발탁된다. 대학 졸업 후엔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에 합류하고 김현식 3집의 ‘가리워진 길’을 작사, 작곡한다. 1987년엔 전곡 창작의 솔로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를 발표한다. 클래식과 재즈를 대중가요에 접목하고 편곡 능력마저 탁월했던 재주 많은 청년은 그 후 어떤 길을 걷게 되는가.

▲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소중한 친구가 있었죠/내 숨소리보다 가깝게 느꼈죠/피아노와 통기타 멜로디로 꿈을 채웠고/현실보다 그 사람은 음악을 사랑했었죠’(에픽하이 ‘11월 1일’ 중). ‘그 사람’ 유재하(사진)는 스물다섯의 나이로 세상과 이별한다. 술벗이던 김현식도 3년 후 11월 1일에 죽음을 맞게 되니 이 얼마나 공교로운가. 피아니스트 김광민은 1987년 11월 2일 예상 못한 슬픔의 무게로 ‘지구에서 온 편지’를 작곡했는데 그날은 절친 유재하가 죽은 다음 날이었다. 그걸로 연결의 끝이 아니다. 지금 방송계를 종횡무진하는 유희열과 ‘방탄소년단의 아버지’ 방시혁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4회, 6회에서 처음 존재를 알렸다. 시인 김동명이 등단할 때 보들레르에게 ‘당신이 만약 내게 문을 열어 주시면’을 썼다면 그들에게 음악의 문을 열어준 이는 혹시 유재하가 아닐까.

10년에 한 번꼴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이라는 목록이 발표되는데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는 2007년에 2위, 2018년에는 1위를 차지했다. 쉰들러 리스트가 죽을 뻔한 유대인을 구했다면 100대 명반 리스트는 죽은 예술인을 되살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시작부터 좋았던 건 아니다. ‘음정이 불안하다’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방송사는 그의 음반을 심의에서 반려했다. 일부 음악 전문가도 ‘노래가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달리 보면 그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등반한 ‘모험 예술가’였다. 그가 지닌 불안함이, 그가 보인 이상함이 오히려 모범의 바다에서 그를 건져냈다. ‘귀 기울여 듣지 않고/달리 보면 그만인 것을/못 그린 내 빈 곳/무엇으로 채워지려나/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려가리’(‘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중).

그가 무지개다리를 건너와 불멸의 예술가로 남은 건 가족이 깔아놓은 금잔화 덕분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아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사람’이 되도록 유재하 음악장학회를 설립했고, 형제들은 1989년부터 음악경연대회를 개최해 수많은 유재하를 피워냈다. ‘다시 돌아온 그댈 위해/내 모든 것 드릴 테요/우리 이대로 영원히 헤어지지 않으리/나 오직 그대만을 사랑하기 때문에’(‘사랑하기 때문에’ 중). 사랑의 힘은 그토록 위대하다.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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