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성장이다>“분배에 돈 퍼부었는데 오히려 악화… 경제성장과정 모르는 정부 정책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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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섭 싱가포르大 교수 일침

“곧 폭풍우가 불어닥칠 것 같은데 담요가 조금 눅눅하다고 햇볕에 계속 말려야 한다는 고집은 무엇인가요. 눅눅한지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끼는데요. 급변하는 세계 경제에 대응책을 잘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신장섭(사진)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2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년 이상 지속하고 있는 적폐 청산에 빠진 한국 상황에 정통한 한 싱가포르 금융인의 걱정 어린 시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문제 없는 나라 없고, 잘나가는 기업도 내부를 보면 허점투성이다. 문제라는 것을 어느 정도 안고 살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은) 내부 다툼에 묻혀 급변하는 대외 환경에 대해 준비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미·중 무역전쟁에 이은 패권 다툼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한국은 이 상황이 장기화한다는 전제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은 지뢰밭 같아서 조금만 허점을 보이면 약한 고리에서 위기가 벌어진다”며 “한국은 경제 규모가 별로 크지 않고 대외 개방이 대폭 됐기 때문에 금융위기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생산활동을 어렵게 하면서 분배 쪽으로 많은 돈을 쏟아부었는데 분배마저 악화했다”고 혹평했다. 그는 “정치경제학의 기본은 생산과 분배의 고차방정식을 푸는 것”이라며 “분배만 잘하면 생산이 자연스럽게 늘어 소득이 늘어난다는 것은 경제성장 과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내놓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분배가 나빠진 것은 경제 현실을 무시한 당연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재벌이 한국 경제 만악(萬惡)의 근원으로 재벌 문제가 해결되면 만사가 해결된다고 주장한다”며 “분배 구조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영미(英美)식 구조조정이나 IMF 프로그램 탓이 컸다. 원인 분석을 잘해야 실질적인 대책이 나온다. 경제개발 시대부터 지금까지 재벌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고 하니 문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성장 시대’에 관한 대응 방안에 대해서 신 교수는 “저성장은 선진국병”이라며 “중진국인 한국은 중성장을 끌어내서 선진국에 도달할 방도를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성장 시대에 진입한다고 가정하는 성장 비관주의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