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참가만으론 생계 어려워”… 프로골퍼들의 일탈

사기·고의 사고 등 범죄잇따라
상위 30명 뺀 대다수 프로골퍼
스크린골프장 등 부업으로버텨

투어 참가만으로는 생계를 이어가기 힘든 ‘가난한 프로골퍼’들의 일탈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전직 회원이자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며 이름을 알린 프로골퍼 J(45) 씨는 지난해 5월 지인과 함께 피해자 A 씨에게 “카드대금을 지급할 돈이 필요한데 연체를 하면 앞으로 진행하는 사업이 어려워질 수 있으니 1000만 원을 빌려주면 곧 갚겠다”고 접근했다. 하지만 J 씨는 당시 대부업체로부터 빌린 돈조차 갚지 못하는 등 빚에 허덕이고 있었다. J 씨는 한 달 뒤 같은 방법으로 A 씨를 속여 1350만 원을 추가로 챙겼다. J 씨의 거짓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필리핀의 한 골프장에서 만난 A 씨에게 “스크린골프장 장비를 팔아서라도 그동안 빌린 돈을 전부 갚겠으니 돈을 더 빌려달라”고 사정했고 400만 원을 받아냈다. 실제로 J 씨에겐 스크린골프장을 함께 운영하는 동업자가 있었지만 마음대로 장비를 매각할 권한이 없었다. 서울서부지법은 사기혐의로 기소된 J 씨에게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최근 광주에선 유흥비를 벌 목적으로 음주운전 차량을 뒤쫓아가 고의로 사고를 낸 뒤 돈을 받아낸 프로골프 선수 5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하는 등 프로골퍼들의 범죄가 이어지고 있다. 골프계에선 투어 상금만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힘든 구조적 문제도 작용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프로골퍼 1명이 한 시즌을 치르기 위해 드는 비용은 보통 5000만 원에서 1억 원 정도로 전해진다.

특히 후원사가 없는 경우엔 직접 장비를 구매하고 운전까지 해야 하는 등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상위 30명 정도만이 투어 상금만으로 비용을 댈 수 있으며 이들에겐 스폰서들의 든든한 후원까지 더해진다. 결국 대다수 프로골퍼는 스크린골프장을 차리거나 동호인들을 가르치는 ‘부업’으로 밥벌이를 한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땐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사례까지 있다. 한 골프계 인사는 “투어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혜택을 나눠주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