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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8년 11월 07일(水)
“시간의 흔적이 담긴 공간의 기억… 외치기 보다 그저 보여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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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군산:거위를 노래하다’ 장률 감독

“답 말하는 영화는 교만하고
순간적 쾌락만 주는 건 사기

특정 메시지 전달 제목 싫어
연출하려 안하고 일상 담아

한일 역사문제·조선족 문제
일상서 해결해야 삶 나아져”


“영화는 시간의 흔적이 남아있는 공간에서의 기억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장률(사진)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중경’(2008), ‘이리’(2008), ‘두만강’(2011), ‘경주’(2014) 등 지명을 제목으로 내세운 작품이 유독 많다. 이에 대해 장 감독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간에 많이 의존하는 편이다. (내 영화의 배경 중) 익숙한 공간도 있고, 우연히 들렀다가 공간의 매력에 빠진 곳도 있다”며 “특정 메시지를 전하는 제목이 싫고, 잘 짓지도 못해 고민하다가 촬영지가 제목으로 정해진 게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군산이다. 8일 개봉하는 ‘군산:거위를 노래하다’는 남녀의 전북 군산시 여행기를 담담하게 펼쳐냈다. 군산에 막 도착한 윤영(박해일)과 송현(문소리)은 우연히 들른 칼국수집 주인이 소개한 민박집에 짐을 푼다. 윤영은 송현을 ‘누나’라 부르고, 송현은 윤영을 ‘친구’라고 소개한다. 일본식 가옥인 민박집에는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 자폐를 앓는 딸(박소담)을 키우며 사진 작업에 열중하는 재일교포(정진영)가 산다. 윤영과 송현이 민박집 가족과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를 풀어내던 영화는 갑자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부터 관객의 궁금증이 서서히 해소된다. 윤영과 송현이 어떻게 알게 됐고, 군산에는 왜 갔으며 두 사람의 감정이 어떻게 쌓여왔는지 세세히 보여준다.

장 감독에게 “이야기 흐름이 선명하지 않고, 모호한 느낌이 든다”고 말을 건네자 “(영화를 통해) 누구에게 답을 주고, 가르치는 건 교만하다고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순간적 쾌락과 만족을 주는 영화는 심하게 말하면 사기라고 생각해요. 관객이 단 걸 좋아한다고 설탕을 뿌리면 나중에 욕 먹어요. 영화에는 연출자의 리듬과 태도가 스며요. ‘내 리듬은 이런데 당신 리듬은 어떤가’라고 묻는 거예요. 관객이 영화의 한 지점에 공감하면 세월이 지난 후 다른 작동을 하게 되죠. 그렇게 생산성이 생겨서 관객의 삶에 영향을 준다면 제 노력이 가치를 얻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는 영화를 연출하기보다는 일상을 담는 데 집중한다고 밝혔다.

“젊었을 때는 좀 나이가 들고, 공부하다 보면 선명한 답을 찾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살다 보니 점점 더 세상을 모르겠어요. 그러면서 더 가도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됐고, ‘없는 답을 꼭 찾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선명하지 않은 일상의 리듬을 찾아서 보여주기로 했어요. 제 영화를 통해 소중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 만족해요.”

영화의 전반부에는 불편한 한·일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 나오고, 후반부에는 조선족의 인권문제가 언급된다. 조선족 출신인 장 감독에게 “뭔가 외치려 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전혀 아니에요. 역사 문제와 비주류에 대한 특정 관점이 부딪히면 갈등하게 되지만 보통 일상에서는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잖아요. 군산에 사시는 노인들은 일본이라면 이를 가세요. 그러면서도 그때 상하수도는 잘 만들어놨다고 말하시고요. 그게 일상이죠. 일본이 침략해 만들어놓은 건물도 세월이 지나면 풍경이 되잖아요. 저는 관점이 없어요. 그저 모든 일상을 담담하게 바라보고, 그렇게 보여줄 뿐이죠. 역사 문제도 일상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우리의 삶이 나아지죠.”

지난 6년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영화학 교수로 일하며 한국에서 지내던 장 감독은 최근 베이징(北京)으로 거처를 옮겨 영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저는 떠돌이예요. 한국에서 살며 6편의 영화를 찍었어요. 그러면서 한국의 흥미로운 공간을 접했고, 그 공간에서 사는 사람들의 질감도 느꼈어요. 강의를 하며 방학을 이용해 영화를 찍다 보니 학생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찍을 시간에 더 고민해서 가르쳐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요. 중국에서 영화 찍는 건 엄두도 못 냈고요.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두 가지 일을 병행하지 못하겠더라고요. 떠도는 사람은 어느 시점이 되면 이유 없이 또 떠나죠(웃음).”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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