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게이츠式 화장실 혁신

  • 문화일보
  • 입력 2018-11-0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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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이 안에는 로타바이러스 200조 마리와 이질균 200억 마리, 기생충 알 10만 개가 들어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가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화장실의 미래에 관한 국제 포럼에서 설명한 ‘이것’은 인분(人糞)이다. 화장실 개선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그는 투명 용기에 담긴 이것을 들고 나왔다. 일반적으로, 수분을 제거한 변(便) 속에는 소화 흡수되지 않은 섬유질과 소화 주스 성분이 30%, 박테리아(대장균) 30%, 지방과 무기질이 각각 10∼20%, 단백질 2∼3% 등이 섞여 있다.

하지만 냄새나고 불결해 혐오스럽다고 여기는 변도 활용하기에 따라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다. 고형분만 따지면 원래 영양분의 절반가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생적으로 잘 처리할 경우 연간 50만 명 가까운 유아의 생명을 건질 수 있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이질과 콜레라 등 수인성전염병과 관련된 비용 250여조 원을 아낄 수 있다니 놀랍다. 소설가 김동인의 1930년작 ‘K박사의 연구’처럼 인분을 가공해 활용하려는 연구는 오늘에도 계속돼 물고기 사료로 쓰기도 한다. 게이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는 물도, 하수구도 필요 없는 인분 처리 공법을 연구 중이라 한다. 실용화할 경우 새로운 산업이 생겨남은 물론 화장실의 기본 개념마저 바뀌게 될 것이다.

인간이 먹고 배출한 음식물 찌꺼기인 이것을 처리하는 화장실은 늘 어두운 존재였다. 우리의 화장실 이름들이 잘 말해준다. 고려 시대 이름은 측(厠). 뒤 보는 곳, 돼지우리라는 뜻이다. 조선 시대에는 측간 또는 뒷간이라 했는데, 매화간, 정랑(淨廊), 통시, 동사, 서각, 북수간, 변소라고도 했다. 특히, 궁녀들은 급한 데, 작은집, 부정한 데라고 했을 만큼 제 이름을 당당히 부르지 못했다. 근대에는 해우소·WC 등이 추가됐다. 오늘의 화장실이란 이름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양옥과 아파트가 늘어나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다. 단지 용무만 보던 곳이 몸도 씻고 화장도 하고 옷매무시도 고치는 복합 생활공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또 한 번 화장실의 변신이 임박했다. 게이츠는 “앞으로 200년간 공중위생을 발전시킨 가장 중요한 발명품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화장실의 대변신과 함께 새 이름도 필요할 것이다. 그 청결함과 향기에 걸맞은 새 이름은 무엇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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