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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His Story 게재 일자 : 2018년 11월 21일(水)
“16세 때 석탄 훔치려 달리는 열차 오르내리다 손·다리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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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인권단체 나우(NAUH)의 지성호 대표가 14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 걸린 한반도 지도의 북한 지역을 가리키며 탈북민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北인권단체 ‘나우’이끄는 지성호 대표

北서 가장 척박한 탄광촌 출신
굶어죽는 사람 속출하던 시기
학교 걸어갈 힘이 없어 결석도

13세에 학업 그만두고 ‘꽃제비’
한쪽 수족 잃은채 또 열차 올라
목발 짚고 두만강 건너는 기적
태국의 한국대사관까지 1만㎞

北에 한국국적 6명 인질로 있어
文대통령, 송이버섯 기뻐만 말고
고통받는 北주민 안타까워하길
평화 핑계로 언급 안 하면 ‘실책’


북한 인권단체 나우(NAUH)를 이끄는 지성호(36) 대표는 지난 1월 31일 워싱턴DC 하원 본회의장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북한의 처참한 인권 현실을 폭로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막바지 “섬뜩한 북한 정권에 대한 또 한 명의 목격자”라며 특별 손님으로 초대된 지 대표의 이름을 직접 호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분 이상 그의 탈북 과정을 소개했고 의회에 모인 모든 사람은 탈북자 보호를 위해 헌신한 지 대표를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지 대표는 그의 ‘상징’인 목발을 높이 치켜세우며 화답했다.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의 나우 사무실에서 만난 지 대표는 북한 인권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여전히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지난달 13일부터 약 3주간 미국 국무부 초청으로 연수를 다녀왔고,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북한 정권의 실체를 전 세계인에게 알렸다. 특히 체류 기간 내내 현지 언론의 인터뷰 문의가 쇄도할 정도로 지 대표에 관한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지 대표는 “올해 3개월 이상은 미국에 머물지 않았나 싶다”며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북한 인권의 참담한 현실을 알리다 보니 해가 갈수록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 대표는 1982년 함경북도 회령시의 한 탄광촌에서 태어났다. 당시 북한은 극심한 기근에 시달리며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던 시기였는데, 지 대표가 살던 회령시는 그중에서도 가장 춥고 척박한 지역이었다. 지 대표는 “10월만 되면 눈이 내렸고 4월까지 얼음이 녹지 않아 들풀이나마 뜯어 먹으려 해도 그마저도 찾아볼 수 없었다”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다”고 회상했다. 교육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배가 고파 학교까지 걸어갈 힘이 없었던 지 대표는 결석하기 일쑤였고 교사들 또한 며칠을 굶어 학생들을 가르칠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지 대표는 13세가 되던 해 학업을 그만두고 거리로 나앉았다. 일명 ‘꽃제비’가 된 것이다.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그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탄광 열차였다. 달리는 열차에 뛰어올라 석탄을 훔쳐 팔기를 반복했다. 지 대표는 “전속력으로 달리는 열차에 몸을 던질 때면 ‘이러다가 죽겠구나’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열차에서 뛰어내리던 지 대표는 왼쪽 손과 다리가 잘리는 큰 사고를 당한다. 불과 그의 나이 16세였다.

하지만 지 대표는 살기 위해 엉성하게 만든 목발을 짚고 달리는 열차에 다시 뛰어올라야만 했다. 석탄을 훔쳐 뛰어내리다가 목발이 수없이 부러졌고 재수가 없는 날엔 경비대에 붙잡혀 목발로 흠씬 두들겨 맞았다. 쪼개진 목발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는 날이 늘어갔다. 그 사이 집안 사정은 더욱 어려워졌고 의족과 의수를 구해오겠다며 중국으로 넘어간 어머니와 여동생의 소식도 끊어졌다. 지 대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외에는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다”며 눈물을 보였다.

지 대표는 북한군 창건 기념일이었던 2006년 4월 25일 두만강을 건넜다. 두만강 국경엔 1㎞마다 잠복초소가 있었고 군인들은 24시간 내내 교대근무를 했다. 수십 대의 기관포도 탈북민들을 겨냥하고 있었다. 지 대표는 “목발을 짚은 상태에서 두만강을 건널 수 있었던 건 기적”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고난은 시작에 불과했다. 중국 옌볜(延邊)을 출발해 라오스와 미얀마를 거쳐 태국까지 1만㎞를 성치 않은 몸으로 걸어야 했다. 중국 철도 공안에 탈북자라는 정체를 들킬 뻔한 순간 지체장애인인 척 연기해 위기를 모면했고 동남아의 무더운 정글에선 탈진해 쓰러지기도 했다. 지 대표는 “짐승의 밥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보다 부모와 형제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 더욱 힘들었다”며 “한국에서 태어났더라면 이런 고생은 하지 않아도 됐었을 텐데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지 대표는 주 태국 한국 대사관에 기적적으로 도착해 같은 해 7월 26일 드디어 한국땅을 밟았다. 당시 대사관 직원들이 지 대표를 보고 “목발을 짚고 여기까지 온 탈북자는 처음”이라며 반갑게 맞았고 일사천리로 한국행을 준비했다. 인천공항엔 정부 관계자들이 휠체어를 이끌고 지 대표를 기다렸다. 지 대표는 “그때까지만 해도 왜 장애인인 나를 더 배려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며 “한국에 정착해 살다 보니 북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자리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에 도착한 지 대표는 북한에 남은 아버지의 생사를 확인했고, 보위부에 끌려가 고문받던 중 세상을 떠났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한다. 지 대표는 “금방 정착해 아버지를 모셔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은 지 대표가 북한 인권운동에 투신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2009년 동국대 회계학과에 입학한 지 대표는 연탄배달, 김장김치 만들기 등 봉사활동 위주로 탈북민을 도왔다. 지 대표는 “내 이름이 자꾸 언급되면 북한에 남아 있는 친척과 지인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서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 대표는 이후 대학 내 탈북대학생 동아리를 만드는 등 보폭을 넓혀나갔고 미국에서 초청 강연까지 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북한 인권운동을 시작했다. 지 대표는 “절대로 돌아보고 싶지 않았던 북한 땅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며 “탈북민들이 한국에 안전하게 정착하고 자유민주주의체제가 북한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후 지 대표는 전공도 회계학과에서 법학과로 바꿨다. 통일됐을 때 한국의 법체계가 북한 지역에 적용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위함이었다. 지금은 대학원에서 형사법을 공부하고 있다. 지 대표는 “북한의 법은 국가 기밀이다. 형사소송법이 비밀문서로만 돼 있어 일반 사람들은 알지도 못한다”며 “대한민국의 형법 잣대를 그대로 북한에 적용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과 이에 대한 해법을 찾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 대표는 2010년 4월 남북한 청년들로 구성된 나우를 결성하고 조직적인 북한 인권운동을 시작했다. 지 대표는 나우를 통해 탈북 동포 구출운동과 탈북민 정착 등을 돕고 있으며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인권 콘퍼런스와 세미나에 참석해 북한의 실상을 고발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끝에 트럼프 대통령 국정연설에까지 초대받는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지 대표는 “나는 어떠한 자리를 바라고 활동을 하는 게 아니다”라며 “정치적인 활동을 배제하고 북한 주민들을 위해 진심으로 뛰었던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지 대표에게 현 정부의 북한 인권 정책은 아쉽기만 하다. 지 대표는 인터뷰 내내 북한 인권을 외면하는 현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인권은 정의이고 내가 강조하는 인권은 불의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할 정도였다. 지 대표는 “최근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분다고들 하는데, 현재 북한 땅엔 한국 국적을 가진 6명의 국민이 여전히 인질로 잡혀 있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선물 받은 송이버섯에 기뻐할 것이 아니라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 억류된 우리 국민에 대한 안타까움부터 표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지 대표는 ‘평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평화를 위해선 북한 정치범수용소나 인권유린 같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고 했다. 지 대표는 “현재 김 위원장과 가장 친한 사람은 다름 아닌 문 대통령”이라며 “평화를 위한다는 핑계로 북한 인권을 언급조차 하지 않는 건 문 대통령의 큰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지 대표는 마지막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돈이 아닌 마음”이라며 “북한 인권을 위해 마음으로 헌신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북한 땅에도 언젠가는 밝은 빛이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우성·조재연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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