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화재참사 이젠 그만…겨울 앞두고 재난안전 점검 서둘러야

서울 종로 고시원 화재 참사로 고시원 등 안전문제의 실상이 새롭게 조명됐다. 애초 고시나 취업을 준비하던 학생들의 숙소로 활용됐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극빈층의 주거지로 변모했고 여기에 스프링클러 등 안전시설은 여전히 갖춰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위기를 겪으며 빈민층으로 전락한 중·장년층과 경제력이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시원으로 대거 흡수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현대판 판자촌’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정부의 주거복지 정책이 이들을 끌어안지 못하면서 민간영역인 고시원 업주가 증가했고, 결국 주거 피라미드의 최하층민을 양산했다는 비판이다. 정부의 안전대책 역시 고시원 급증 이후 뒤늦게 마련돼 현재로썬 고시원 거주자를 재난 사각지대에서 구출하기도 요원하다. 이런 시설들에 최소한의 화재경보기, 스프링클러 등의 안전시설을 지원하는 것조차 힘든 실정이니 말이다.

지난해 12월 21일 충북 제천 노블휘트니스앤스파 화재(29명 사망, 40명 부상), 올해 1월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47명 사망, 145명 부상)에 이어 지난 9월 6일 오후 서울 동작구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져 근처의 상도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지는 사고 등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가운데 벌어진 일로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 심지어 제천과 밀양 화재에선 제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시설조차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반면, 올해 3월 서울 세브란스병원 화재는 신속한 대응의 중요성을 일깨운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 대학병원은 화재가 발생하자 소방서에 신속하게 신고하고, 평소 훈련된 화재 매뉴얼대로 대응하고 소방시설도 정상작동돼 화재진압에도 성공했다. 그 결과 화재는 조기에 진압됐고 불이 나자마자 300여 명의 환자가 신속히 대피해 많은 인명을 지킬 수 있었다.

이제는 지방행정만의 자치가 아닌 재난안전 명령권도 지방자치단체에 권한을 이행함으로써 신속히 재난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에서 자치분권을 한다면 좀 더 확실히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중앙부처에서 관리하니 실제 모든 곳을 관리 감독을 한다는 것은 현실상 불가능하다.

곧 겨울로 접어든다. 추운 날 화재진압 작업을 하는 이 땅의 소방대원들은 또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얼마 전 필자는 불을 끄기 위해 뿌린 물이 한파로 하얗게 얼어붙은 사진을 본 일이 있다. 모두가 조심하고 철저히 대비한다면 소중한 목숨도 지킬 수 있고 그런 고통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재난대피 훈련은 평상시에 반드시 몸에 익혀야 한다. 그것이 내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재난안전관리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관련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안전기준과 안전수칙을 경시하는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다. 여기서 우리는 1982년 3월 미국의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공동 발표한 ‘깨진 유리창 이론’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는 것처럼 사소한 결함이나 문제점이 발생하면 즉시 보완하고 대처해야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정석윤·농협구미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