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안보 實狀과 동떨어진 文대통령 인식, 걱정된다

대통령의 공개적인 발언 한마디 한마디는 천금과 같아야 한다. 당장 공직사회의 정책 수립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국민도 새겨듣기 때문이다. 그만큼 신중하고 정확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20일 국무회의 발언은 문제가 있다. 경제·안보 상황을 걱정하는 국민을 안심시키고 희망을 불어넣기 위한 선의에서 나온 것으로 짐작하지만, 그렇더라도 실상(實狀)을 왜곡하는 수준까지 가선 안 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자동차는 생산이 다시 증가했고, 조선 분야도 세계 1위를 탈환했다”면서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처럼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했다. 일부 수치에서 그런 긍정적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체 상황은 그렇지 않다. 조선·자동차 산업 모두 여전히 수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언제든 더 깊이 빠져들 수도 있다. 조선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지난 10월 44%로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한 것은 사실이지만, 수주량은 2007년의 20%에도 못 미칠 정도다. 자동차산업도 지난 8∼10월 생산실적이 97만31대로 작년 동기 대비 6.4% 늘어났지만, 추석 연휴와 파업 등으로 인한 ‘기저효과’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 업계는 하루하루를 연명한다고 할 정도로 지금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모든 정상이 한반도 정세의 긍정적 변화를 기적 같은 일이라고 높이 평가하고 지지했다”고 했다. 다른 나라 정상들이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한결같이 북한 비핵화 때까지 제재 지속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기대와는 다르다. 외교적 덕담과 실제 상황을 헷갈리면 위험하다. 지난 1일 국회 연설에서는 “세계가 우리 경제 성장에 대해 찬탄을 보내고 있다”, 지난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선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했다. 전체 상황을 냉철히 봐야지 수많은 지표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만 골라서 수용하는 식의 난독증에 빠져선 안 된다. 실상과 동떨어진 ‘희망적 사고’로는 결코 제대로 된 처방을 낼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감언(甘言)보다 고언(苦言)·충언(忠言)을 많이 듣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