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부친 서창희 목사, ‘미스터 션샤인’ 처럼 구한말 만주로 건너가 독립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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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교수의 가족사

서대숙 하와이대 명예 교수는 만주 용정 출신이다. ‘미스터 션샤인’의 독립 운동가들처럼 그의 부친 서창희 목사는 구한말 만주로 이주해 독립운동과 함께 기독교 선교 활동을 했다. 서 교수는 인터뷰에서 간도의 독립운동 지도자 규암 김약연(1868~1942) 선생과 그 수제자 문재린 목사에 대한 얘기도 했다.

―한신대에 공산주의 운동 자료를 기증하게 된 동기는?

“한신대는 만주 용정 출신 인사들이 세운 대학이고, 여기에 김약연 선생 연구소가 있다. 오래전에 ‘간도 민족 독립운동의 지도자 김약연’이란 책을 쓴 적도 있는데 이번 자료 기증을 통해 김약연 기념사업회를 도와주고 싶었다. 규암 선생은 청일 전쟁 후 함경북도 회령에서 간도로 이주해 독립운동의 터전을 일군 애국지사다. 민족의 독립과 해방을 꿈꾸며 절망의 시기에 희망의 등불을 밝힌 지도자다. 문재린·김신묵 부부는 규암 선생의 수제자였다. 문 목사의 아들 문익환, 문동환 선생도 잘 안다. 중학교 다니던 때라서 모두 기억이 난다. 문재린 목사는 용정 중앙교회 목사였는데 우리 아버지는 용정 연길 지방의 순례 목사로 활동하며 서양 선교사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는 역할을 했다. 당시 선교보고서에는 여러 선교사들이 우리 아버지에게서 한글을 배웠다는 기록이 나온다.”

―부친 서창희 목사는 만주 시절 문재린 목사와 함께 활동하셨다는데.

“우리 아버지는 신학 공부 후 목사로 활동하며 캐나다 선교사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다. 때때로 아버지가 영어를 어느 정도 했었기에 선교사들을 가르쳤을까 생각해본다. 아버지는 언어학을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기독교를 바탕으로 한 교양이 있었다고 본다. 아버지는 1946년 가족을 데리고 용정을 떠나 서울로 오셨는데 나는 4남 4녀의 막내였다. 형과 누나 등 우리 집안 가족은 이제 모두 세상을 떴고 나만 남았다.”

―서 목사께서는 언제 용정으로 갔나.

“아버지는 1888년생인데 구한말 함경남도 정평에서 만주로 이주했다.”

―요즘 한국에서는 구한말 망국 과정의 의병투쟁을 다룬 ‘미스터 션샤인’이 인기였다. 드라마는 주인공 고애신이 만주로 가서 무장대원들을 키우면서 “독립된 조국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시 유 어게인” 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우리 아버지는 독립 무장투쟁 등을 했다기보다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집중한 것 같다. 큰형의 숭실전문학교 졸업앨범을 보면, 만주 용정에서 평양으로 공부하러 간 학생은 형님밖에 없다. 그 정도로 아이들 교육에 열심이셨다.”

―지난 2013년 두 아들을 위한 회고록 ‘내 가족(Our Family)’을 영문판(사진)으로 펴냈는데.

“아들 민호와 민걸에게 전해주고 싶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집안 얘기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들들은 내가 태어난 한국에 대해 잘 모른다. 고대시대부터 일제 식민지까지의 역사와 함께 분단 이후 남북한에 대해, 그리고 우리 집안의 가족사에 대해 기록한 것이다. 아버지가 만주로 가서 가족을 일구고 해방 후 서울로 돌아온 이야기, 이후 내가 미국 유학 후 정착해 살아온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아들 둘은 모두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뿌리를 잊지 말고 기억하도록 기록해 놓은 것이다. 내 세대는 이제 일선에서 물러났다. 내 세대는 한계도 많고 잘못한 일도 많은데 앞으로 오는 세대는 더 잘하길 기대하며 썼다. 그것을 지켜보는 게 큰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