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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12월 04일(火)
공허한 ‘광화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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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역대 대통령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풍수학자들 사이에 청와대 터가 좋지 않다는 말이 나오곤 했다. 1990년 서울대 최창조 지리학과 교수가 ‘청와대 흉지(凶地)설’을 제기한 이후 크고 작은 논쟁이 이어져 왔다. 청와대는 조선 시대까지 경복궁의 후원이었다. 후궁들이 쓸쓸히 여생을 지냈던 거처였고, 무수리의 임시 무덤과 군사 훈련장으로도 사용됐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가 원래 건물들을 밀어버리고 총독관저를 지었는데, 광복 후 미 군정 사무실로 쓰였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에 대통령 관저가 됐다. 현재 청와대 본관과 관저 건물은 노태우 전 대통령 때 신축했다.

청와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 초기 때까지도 일반인의 접근이 자유로운 편이었다. 그러나 북한 무장 게릴라 31명이 청와대를 기습하려 했던 1·21 사태 이후 경호가 크게 강화됐다.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이 통행 금지구역으로 지정됐고, 청와대의 민간인 출입도 엄격하게 제한됐다. 청와대 내부 소통도 갈수록 문제가 됐다. 통신 보안을 위해 대부분 업무를 문서로 작성해야 했고, 급한 문서를 비서들이 들고 대통령 집무실·관저로 뛰거나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계속됐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를 광화문 청사 근처로 이전, 국무위원·비서들이 대통령과 한 건물에서 근무하게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구상에 그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 청사로 옮기고 관저도 그 부근으로 옮기겠다고 공약했다. 취임 이후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도 구성했다. 그러나 3일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을 보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자리 대폭 감소 등 민생이 어려워 정책 성과에 집중해야 하고, 광화문에 대통령 집무실을 대체할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 또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을 확대키로 해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서면 경비·경호 때문에 청와대도, 시민도 불편해진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들과 위원회 자문그룹 인사들이 만나 집무실 이전을 추진할지, 보류할지 논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임기 3년 차를 앞두고 이제 와 보류라는 말이 궁색하게 들린다. 구구절절 변명하기보다 대통령이 국민 앞에 사과하고, 공약 폐기를 밝히는 것이 솔직한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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