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수능 4교시 응시과목 순서 착각땐 ‘全과목 0점 처리’ 어떻게?

- “단순실수 처벌가혹” vs “부정행위 간주당연”

“제도적 개선책 마련 필요”에
“규정 위반 처리 불가피” 맞서

“당황해 순간 응시과목 순서를 착각한 수험생은 해당 과목만 무효처리해 대학에라도 응시할 수 있게 해주세요.”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최종 성적 통보가 완료된 가운데 여전히 부정행위 관련 억울함을 호소하는 문의·청원 등으로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4교시 응시방법 위반’은 단순 실수가 잦아 ‘전 과목 0점 처리’ 징계는 과도하며 이를 예방할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사전 고지 규정을 위반했으니 부정행위로 간주하는 게 맞는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7일 17개 전국 시·도교육청이 집계한 2019학년도 수능 부정행위 건수 중 4교시 응시방법을 위반해 적발된 건수는 총 129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이 4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뒤이어 부산 17건, 경남 11건, 대구 11건 순으로 조사됐다. 2017학년도(69건), 2018학년도(113건)에 이어 증가세를 보인다. 반입금지 물품 부정행위 적발이 감소하는 것과 대비된다.

4교시 탐구영역의 경우, 학생들은 계열에 따라 사회탐구 10개 과목이나 과학탐구 8개 과목 중 2개 과목을 골라 시험을 봐야 한다. 2개의 선택과목 중 1개 과목을 30분 안에 먼저 풀고, 2분 쉬는 시간을 가진 뒤 다시 30분 안에 다른 1개 과목을 풀어야 한다.

정해진 시간에 다른 과목 문제지를 보거나 동시에 2과목 이상의 문제지를 보는 경우 등을 부정행위로 간주한다. 이 과정에서 응시과목 순서 등을 착각하는 수험생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사장 감독관 및 현장 교사들은 단순 실수에 대한 별도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고교 교사는 “현장 감독관이 봐도 학생 실수인 걸 알지만, 원칙대로 시험을 무효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매년 이 같은 사례가 증가하는데 사전 교육·공지 외에 별도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일부 장학사들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에 해당 사안 관련 개선방안 등을 건의했으나, 타 부정행위와 별도로 고려할 뾰족한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교육부는 4교시 응시방법 위반 사례가 증가하자, 고민 끝에 사전 교육 및 고지 강화, 감독관 교육 강화 등을 내놨다. 다만, 징계와 관련해선 법령에 따라 ‘당해 시험 무효’나 ‘다음 해 시험 자격 박탈’ 두 가지 선택지 중에서 고려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안타까운 사례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고 단순 실수인지 고의가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워 규정 위반 사례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