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과하지 않은 담백함이 사랑받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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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한바퀴’ 진행 김영철

동네 거닐며 숨은 명소 소개
진솔한 대화로 공감 일으켜
“사람들에 배우는 게 더 많아”

“더보다는 덜…, 과하지 않게…, 가르치려 들지 말고…그러면 장수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방송 3회 만에 입소문 난 프로그램이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10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다큐멘터리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연출 윤진규)다. 코미디와 쇼 프로그램이 경쟁하는 프라임타임대에 다소 심심하다고 할 만큼 담백한 다큐멘터리가 시청률 7%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연기자 생활 45년 만에 처음으로 다른 장르에 도전한 배우 김영철(65·사진)이 한몫하고 있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아날로그 감성 다큐를 표방하고 있다. 7월 파일럿 방송 때의 반응이 좋아서 11월 24일부터 정규편성됐다. 김영철이 두 발로 동네를 거닐며 숨은 명소를 찾아 소개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 진솔하게 대화하는 모습이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내레이션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영철은 “처음 출연 제안을 받은 건 2년 전쯤이다. 지난 4월 다시 이야기가 나오면서 취지에 공감해 시작하게 됐다”면서 “서울과 지역의 각 동네에서 미처 몰랐던 곳을 발견하고, 그 동네를 오래 지키고 살아온 분들과 현장에서 대화하다 보니 배우는 게 참 많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촬영은 일주일에 1회.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꼬박 하루가 걸린다. 그리고 내레이션 녹음에 하루가 더 소요된다. 김영철은 “카메라가 계속 나를 따라다니는 팔로우(Follow) 프로그램이라서 하루에 걷는 거리만 10∼12㎞가 된다. 장딴지가 두꺼워졌다”며 웃었다.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다큐멘터리 한 편이 공감을 사는 건 형식보다는 김영철이 담아내는 진심에 있는 것 같다. 그는 “덜한 게 좋다. 과하지 않게 하려고 한다. 특히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필요하다면 감동도 줄이자고 생각한다. 그게 사랑받는 비결 아닐까”라고 밝혔다.

김영철은 몸을 사리지 않는다. 망원시장에서는 장보기 대행 서비스의 콜센터 직원을 자처했고, 녹번동 산골마을에서는 함께 연탄 나르기를 마다치 않았다. 시청자 게시판의 한 네티즌은 “TV만 켜면 나오는 ‘먹방’과 연예인 소식에 물려 있었는데 음식점 사장님께 누룽지를 선물받고 눈물짓던 김영철 씨의 모습을 보면서 울었다.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했다.

김영철은 “얼마 전 이순재, 최불암, 김민자 선배님과 함께 뮤지컬을 관람했는데 칭찬하는 말씀에 더 힘을 얻었다”며 “내년엔 사극으로 또 시청자와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