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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경제] 게재 일자 : 2018년 12월 11일(火)
직원이 떠주던 코스요리… 이젠 손님에게 “직접 떠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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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 탓 중식집 減員 나서자 달라진 ‘식사의 풍경’

테이블에 큰 접시만 놓고 가자
손님들 음식 배분에 신경 바짝
대화 중인데 “자장면 손드세요”

종업원은 하루아침에 직장 잃고
고객은 質 낮은 서비스에 불만
주인, 항의받고 단골 끊겨 울상


“자장면, 짬뽕, 볶음밥 있습니다. 먼저 자장면부터 손 드세요.”

최근 A 씨가 지인들과 서울 마포구의 한 중식집에서 코스 요리로 저녁 식사 도중, 황급히 들어온 종업원이 식사 주문을 받으며 한 말이다. 동석한 지인들은 선생님 앞에 순한 학생이라도 된 것처럼 손을 번쩍 들어야 했다고 한다. 식사와 대화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손님들 옆으로 다가와 귓속말로 주문을 받던 옛날 모습을 기대한 것이 잘못이었다. A 씨는 “나중에 알았지만, 요즘 이런 걸 기대한다면 최고급 중식집으로 가야 한다더라”고 했다.

A 씨에 따르면 이날 모두를 언짢게 했던 건 식사 시작부터였다. 단품 요리도 아닌 1인당 4만 원대 중반의 ‘코스 요리’를 주문했는데 종업원은 큰 접시 하나에 담긴 요리를 테이블 중앙에 갖다 놓고는 사라져 버렸다. 손님들이 알아서 나눠 먹으라는 식이었다. 지인 중 한 사람이 카운터에 있던 주인장에게 곧바로 달려갔다. “사장님, 우리는 코스 요리를 주문했는데 이게 뭡니까. 손님 개인 접시에 담아서 내주셔야죠.” 그러자 주인장은 예상했다는 듯, “손님 미안합니다. 최저임금이 많이 올라 직원을 줄이다 보니 어쩔 수가 없네요” 라고 했다.

이날 A씨와 테이블에 동석한 지인들은 냉채, 수프, 탕수육, 소고기 요리, 고추잡채 등으로 구성된 요리를 자신의 접시에 옮겨 담느라 바빴다. 혹여 자신의 접시에 음식을 정량을 초과해 담을까 신경을 바짝 곤두세워야 했다. 젓가락질 한번 잘못했다가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입속으로 들어가는 요리가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머리와 가슴이 느끼는 이른바 ‘식사의 품격’은 정말 말이 아니었다고 A 씨는 한탄했다. ‘공간 전개형’이 아닌 각각의 접시에 시차를 두고 음식이 나오는 ‘시간 전개형’인 코스 요리의 미덕은 이미 완전히 사라져 버린 셈이다. 점심시간에 서울 광화문 B 중식당에서 3만 원대 코스 요리를 시켰다가 비슷한 경험을 한 대기업 직원은 “종업원과 승강이까지 벌였고, 그 이후로 그 집에 안 간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A 씨는 화가 난 표정으로 물었다. “이런 중식집에서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요”. 따져보면 우선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장을 잃은 중식집 종업원이 가장 큰 피해자일 것이다. 똑같은 돈을 내고도 이전보다 질 떨어진 식사 서비스를 받는 손님, 몸은 더 바빠졌는데 수익은 늘지 않고 손님 항의를 받는 주인장도 피해자이기는 마찬가지다.

수혜자가 없는 것은 시내 주유소에서도 발견된다. 서울에서 기름값이 가장 싸 주유 대기자들의 긴 줄이 이어지던 서울 영등포의 한 주유소가 최근 셀프 주유소로 바뀌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을 느낀 주유소가 직원을 내보냈기 때문이다. 셀프 주유에 익숙하지 않거나 성가셔하는 단골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예전의 분주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현실을 무시한 최저임금 속도는 우리 사회 곳곳에 생각지도 못했던 부작용과 피해자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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