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올릴 것”… 압박에 고개숙인 佛 마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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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국민연설서 ‘사실상 항복’

노란조끼 시위대 요구 수용
내년부터 月 100유로 인상
CSG인상 계획 백지화 약속
유류세 등 정책들 잇단 후퇴

부유세 부활 거부는 지켜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거리의 압박에 결국 고개를 숙였다.”

마크롱 대통령이 10일 대국민담화에서 저소득 은퇴자의 사회보장기여금(CSG) 인상 계획 백지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을 약속했다. 외신들은 마크롱이 유류세 인상 반대에서 시작해 마크롱 사임 요구로까지 번진 ‘노란 조끼’ 시위에 “사실상 항복했다”고 보도했다.

10일 프랑스24, 가디언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노란 조끼 시위 발생 이후 처음 가진 대국민담화를 통해 “노란 조끼 시위대의 깊은, 그리고 합법적인 분노를 들었고 이해했다”며 “내년 1월 1일부터 최저임금을 월 100유로(약 12만8000원)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생방송으로 담화를 지켜보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안을 발표하자‘오’라고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올해 프랑스 최저임금은 세전 월 1498유로, 세후 1185유로다. 초과근무 수당은 세금과 사회적 부담비(social charge)를 면제해주고 월 2000유로 미만을 버는 은퇴자의 CSG 인상안도 철회할 계획이다. 당초 프랑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은퇴자의 CSG를 1.7% 인상키로 한 바 있다. 또 마크롱 대통령은 “가능한 한 모든 고용주에게 직원들의 연말상여금을 지급하라고 촉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로 마크롱 대통령은 전기·가스요금 동결,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강화 유예, 유류세 인상 계획 철회에 이어 집권 후 추진해온 상당수 국정과제를 백지화했다. 특히 프랑스의 실업률이 9%에 이를 정도로 고질적인 것을 고려하면 이번 최저임금 인상 발표는 노란 조끼 시위대에 항복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가디언 등은 “마크롱이 시위대의 요구에 머리를 숙였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부유세(ISF) 부활 거부’만큼은 양보하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기업들이 사회보장에 더 기여하도록 다음 주 재계 인사들을 불러 논의하겠다면서도 “ISF 관련 후퇴는 없을 것이다. 여기서 뒤로 물러나면 프랑스는 약해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대신 조세 회피를 위해 탈세·탈루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강경 대처하고 공공지출을 감시하는 체제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한 ‘노란 조끼’ 시위 참가자는 프랑스2 방송에 “절반의 조치에 불과하다. 우리는 마크롱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게 더 많을 것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당선 이후 국민이 고민하는 문제들에 대해 빠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고 인정하고 “(노란 조끼 시위대의 요구가) 내 걱정거리가 아니라는, 내게는 다른 우선순위가 있다는 인상을 줬을지 모르겠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엘리트들의 대통령’ ‘부자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데 대해 언급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직설화법에 대해서도 “내 발언으로 몇몇 분에게 상처 준 것을 알고 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대가) 경찰이나 근위병을 공격하고 공공건물이나 상점 등을 훼손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