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단독’의 노예? ‘포털’의 노예!

지난 며칠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란이 ‘전현무’ ‘한혜진’으로 도배됐습니다. 연예계 공식 커플인 두 사람의 결별설이 불거졌기 때문이죠. 7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서먹해보인다는 것이 근거였습니다.

두 사람의 이름은 주말 내내 SNS를 뜨겁게 달궜고, 10일 오전에는 급기야 두 사람이 결별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양측 소속사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며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지만, 두 사람을 둘러싼 각종 ‘단독’ 기사는 끊이지 않았죠. 결별 기사가 나온 당일인 10일 두 사람이 ‘나 혼자 산다’를 촬영 중이라고, 두 사람이 녹화를 마쳤다고, ‘나 혼자 산다’의 관계자가 “두 사람이 결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나 혼자 산다’ 팀이 내년 1월 태국 포상휴가를 떠난다고 ‘단독’을 붙인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기자로 일하며, 이 ‘단독’에 관한 많은 질문을 받습니다. 언제부터 ‘단독’이라는 표현을 쓰게 된 것이냐? 어떤 기사에 ‘단독’을 붙이는 것이냐? 그 판단은 누가 하는 것이냐? 등등이죠.

언론사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들입니다. 분명한 것은, 대중이 주로 포털사이트를 통해 기사를 접하게 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언론사들의 단독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것이죠. 통상 TV나 신문에서는 먼저 다루거나 1면에 배치하는 기사일수록 중요하고 가치가 높습니다. TV뉴스를 보거나 신문을 읽는 이들도 이런 무언의 약속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럼 포털사이트에서는 어떨까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기사 중에서 포털사이트 측이 전면에 노출시키는 기사가 대중에게 더 많이 읽히고 가치 있는 기사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편집권을 갖고 어젠다세팅 기능을 하는 포털사이트를 언론사로 분류해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죠.

이런 상황 속에서 ‘단독’은 이제 ‘특종’의 의미보다는 “중요한 기사이니 전면에 노출시켜 달라”는 ‘외침’에 가깝습니다. 혹은 며칠간 고생해 쓴 기사를 불과 5∼10분 만에 베껴 쓰는 환경 속에서 “내가 이 기사를 가장 먼저 썼다”고 알리는 표시 정도로 보이죠. 결국 포털사이트 중심으로 재편된 뉴스 환경이 만들어낸 씁쓸한 풍경입니다.

하지만 이런 속내를 모르는 대중에게 ‘단독’은 여전히 특종으로 읽힙니다. 그렇기 때문에, 별다른 알맹이가 잡히지 않으면 “왜 이 기사가 ‘단독’이냐?”는 따가운 질책이 이어지죠. 대중이 댓글이라는 도구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환경 속에서, 무리한 단독 경쟁은 언론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스스로를 댓글창의 안줏거리로 전락시키는 결과로 귀결된다는 것을 새삼 곱씹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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