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犯 가정폭력도 구속… 警 ‘무관용 처벌’ 신호탄

50代 흉기 협박에 신속격리
가족 처벌불원 불구 이례적
엄정 대응 현장으로 이어져

세밑 집 안에서 흉기를 들고 가족들을 협박한 50대 남성이 구속됐다. 특히 동종전과가 없고 실제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음에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가족과 격리됐다. 최근 잇따른 가정폭력 사건으로 여성계 등에서 국가 대응시스템의 전면 쇄신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경찰이 가정폭력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술에 취해 흉기를 든 채 아내와 아들을 협박한 혐의(특수협박)로 A 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초범이라고 석방하면 향후 재범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며 “사실 이전까지의 비슷한 사례와 비교할 때 구속되는 것은 드문 경우”라고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6시쯤 금천구 시흥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아내가 잔소리를 한다며 부엌에서 식칼을 꺼내 위협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 씨는 가정폭력으로 처음 경찰에 신고됐으며 가족들 역시 A 씨에 대한 처벌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가정폭력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새해 들어 일선 치안현장에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성가족부와 경찰청 등은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서 범정부적인 가정폭력 방지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경찰은 가정폭력 상습 가해자는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겠다는 기조를 세웠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최근 6년간 가정폭력사범의 구속 비율은 0.8∼1.5% 수준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구속 비율은 2015년 1.3%에서 0.9%(2016), 0.8%(2017), 0.8%(2018년 6월까지)로 오히려 점점 낮아지는 추세였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의 특수성을 고려해 경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수사를 해야 강서구 전처 살인 사건과 같은 참극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혜정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은 “가정폭력 현행범에 대해서만큼은 초범·피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 기간 가해자와 피해자를 격리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권·정유정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