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코미디 ‘빅 재미’ 볼까

연초 희극영화 2편 잇달아 개봉

강효진 감독 ‘내안의 그놈’
5일만에 76만 관람하며 흥행
입소문 타고 상영관 1000개로

23일엔 ‘극한직업’ 개봉 예정
이병헌 감독·류승룡 손잡아
언론시사회서 “잘나왔다” 호평

경제가 불황일 때는 코미디 영화가 흥한다는 속설이 있다. 웃을 일이 없는 현실 속에서 코미디 영화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는다는 의미다. 일단 시작이 좋다. 지난 9일 개봉한 ‘내 안의 그놈’이 닷새 만에 76만 관객(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을 동원하며 주말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의외의 성과다.

코미디 영화는 최근 가장 제작 편수가 적은 장르다. 그만큼 흥행 확률도 낮다. 하지만 연초 웃기는 영화가 연이어 개봉하며 코미디 영화의 부활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관객은 ‘웃음’에 목마르다 = 한때 코미디 영화는 충무로의 흥행공식이었다. ‘투캅스’를 시작으로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 등이 시리즈물로 제작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조폭 코미디 일색에 피로감을 느낀 관객들은 코미디 영화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과속스캔들’과 ‘써니’ 등 강형철 감독의 ‘고퀄리티 코미디’가 통하긴 했지만 단발에 그칠 뿐 후속타가 부족했다.

하지만 코미디 영화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 최근 5년간의 국내 박스오피스 톱20을 살펴보면, 매번 1편씩 성공한 코미디 영화가 꼬박꼬박 차트에 진입했다. 2014년에는 ‘수상한 그녀’(865만 명)가 연초 극장가를 달궜고, 이듬해에는 ‘스물’(304만 명)이 20위로 톱20에 턱걸이했다. 2016년에는 배우 유해진이 주연한 ‘럭키’(697만 명)가 기대 밖 성과를 거뒀고, 2017년에는 ‘청년경찰’(659만 명)이 여름 성수기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탐정:리턴즈’가 315만 명을 모으며 22위에 그쳤다.

매년 관객의 사랑을 받는 코미디 영화가 꾸준히 등장한다는 것은, 웃고 싶은 관객이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코미디 영화 제작이 활발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 중견 제작사 대표는 “티켓파워가 강한 배우들은 코미디 영화 출연을 꺼리는 편”이라며 “결국 성공확률을 높여야 하는 투자배급사나 제작사는 코미디 영화 제작을 주저할 수밖에 없고, 제작 편수가 적다 보니 시나리오 작가들도 코미디 영화 시나리오 집필을 꺼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집 나간 관객 불러올, 코미디 대가들의 귀환 = 연초 극장가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내 안의 그놈’은 유쾌하고 세련된 코미디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배우 진영, 박성웅, 라미란 등이 주연을 맡아 개봉 초반 기대치는 높지 않았으나 개봉 후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돌며 선전하자 지난 주말 상영관도 1000개 이상 배정됐다.

이 영화를 연출한 강효진 감독은 이미 배우 나문희·김수미·김혜옥 조합으로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둔 영화 ‘육혈포 강도단’(2010년)과 배우 엄정화·송승헌이 출연한 영화 ‘미쓰 와이프’(2015년)로 코미디 영화의 명맥을 이어왔다. 이런 장기를 다시 살려 내놓은 신작 ‘내 안의 그놈’은 코미디 문법에 충실한 동시에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다.

23일에는 또 한 편의 ‘복병’이 등장한다. 코미디 연기로 일가견이 있는 배우 류승룡과 ‘스물’을 연출하고 ‘과속스캔들’·‘써니’의 각색을 맡았던 이병헌 감독이 손잡은 ‘극한직업’이 관객과 만난다. 10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이 영화는 이미 “잘 나왔다”는 호평이 퍼지고 있다.

2012년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희대의 카사노바를 연기하고 2013년 영화 ‘7번방의 선물’(1281만 명)로 코미디 영화로는 유일하게 1000만 고지를 밟은 류승룡의 장기가 다시금 송곳처럼 스크린을 뚫고 나온다. 뒤를 받치는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를 비롯해 막내 공명의 캐릭터도 파릇파릇 살아 숨쉰다. ‘극한직업’ 측은 “기대 이상의 호평에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고무적이라는 반응”이라며 “웃을 일이 없는 연초, 확실한 웃음을 선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