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공연 암표… “근절法 제정” 목소리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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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기 악용 ‘부르는 게 값’
정식판매價보다 수십배 비싸
3000만원에 팔겠다는 글까지

매크로 이용 무더기 표 확보
나경원 “2월국회서 다룰 것”

유명 아이돌 그룹의 공연 티켓이 장당 1000만 원이 넘는 가격으로 거래되는 정황이 포착됐다. ‘매크로’(자동명령 프로그램)를 이용해 무더기로 표를 확보한 후 이를 비싸게 되파는 행태가 반복되며 이를 근절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오는 24∼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그룹 워너원(사진)의 공연 티켓은 ‘부르는 게 값’이다. 2017년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을 통해 데뷔한 후 18개월의 시한부 활동을 펼쳤던 이 그룹의 공연을 사실상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연 마지막 날인 27일 티켓의 경우 최근 한 인터넷 티켓 거래사이트에 지정석 혹은 스탠딩 입장권을 장당 1090만 원에 판다는 글이 올라왔다. 정식 판매 가격이 장당 11만9000원임을 고려하면 90배나 비싸다. 또 다른 거래사이트에서는 “장당 3000만 원에 팔겠다”는 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티켓의 실제 거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장당 100만∼200만 원대로 내놓은 암표의 경우 ‘판매 완료’로 표시돼 있다.

K-팝 스타들의 인기가 천정부지 솟으며 그들의 공연 티켓을 둘러싼 이 같은 논란은 국경을 넘어 해외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싱가포르 경찰이 이달 중 현지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의 공연 티켓이 최고 1만2888싱가포르달러(약 1065만 원)에 거래되고 있는 정황을 포착해 “공인 판매자로부터만 티켓을 구입하라”는 메시지를 공식 SNS에 올렸다.

이는 유명 스타가 출연하는 공연의 경우 일부 팬이 웃돈을 주고서라도 기꺼이 티켓을 구매한다는 심리를 악용해 몇몇 ‘업자’가 매크로로 불법 예매를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인터넷 속도와 컴퓨터 사양으로는 티켓 판매가 시작되는 시간에 맞춰 예매 페이지에 접속하기조차 어려운 지경이다.

현행법상 이런 행태를 근절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공연기획사들은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가수 아이유의 소속사 측은 암표가 자주 거래되는 무대 앞 좌석 티켓의 구매자 신분을 주민등록증을 통해 확인했고, 워너원의 공연을 주최한 CJ ENM은 매크로를 이용한 불법 예매 정황이 적발되면 예매를 취소하고 있다.

뮤지컬 업계에서도 배우 조승우와 김준수 등이 출연하는 공연의 암표로 진통을 앓자 한국뮤지컬협회는 지난 14일 열린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의 티켓 구매 매수 제한, 신분증 확인 등을 조치했고, 배우들이 “암표 거래 말자”라고 쓰인 배지를 착용하는 등 캠페인을 벌였다.

하지만 이 같은 대응으로 개인 간의 거래는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법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 앞서 이런 내용을 담은 경범죄처벌법과 공연법 등의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5일 워너원의 암표를 예로 들며 “‘암표 방지 대응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중점 추진 법안으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