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국민연금 주주권 유일 기준은 수익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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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16일 개최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산하 수탁자책임위가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여부 및 행사 범위를 검토, 보고토록 결정했다. 지난해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의 사회적 물의로 주주 가치가 훼손된 데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것으로, 문재인 정부가 꾸준히 강화해 온 국민연금기금의 주주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의 사실상 첫 실행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영국을 시작으로 네덜란드·캐나다·일본 등 10여 개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목적은 투자자인 주주의 이익을 높이는 데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 주가와 배당이익을 높임으로써 실현된다. 지난 한 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그룹 총수 일가의 배임 횡령 등의 혐의에 대한 법적 절차는 진행 중이다. 책임이 있다면 상응한 처벌은 당연하다. 하지만 현시점의 초점은 국민연금이 반드시 나서야 하는지에 있다.

대한항공의 지분 12.45%, 한진칼 지분 7.34%를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오는 3월로 예정돼 있는 주주총회의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삼성전자(9.99%), 현대자동차(8.27%), LG전자(8.65%), SK하이닉스(9.10%) 등 상장사 293곳에서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어, 국내 어느 기업도 국민연금기금의 주주권 행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공분을 사고 있는 기업을 국민연금이 직접 손보는 것이 한순간 사회적 카타르시스를 일으킬 수는 있겠지만, 우려되는 점은 그것이 불러올 파장이다. 우리나라 거의 모든 대기업의 최대 또는 2대 주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이라는 칼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면 어느 기업이 안심하고 국내에 투자하고 경영할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도, 문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기업이 힘차게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올해 우리 정부의 목표라고 밝힌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스튜어드십이라는 칼로 기업인을 압박한다면, 대통령의 말을 믿고 따를 수 없게 된다. 현재의 경제 난국이 정부의 반기업·반시장 정서와 무관치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는 엄격한 원칙 아래서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 여부는 원칙적으로 기업의 경영 성과에 기초해 평가돼야 한다. 한진칼의 경우, 2015년 2016년 2년간 당기순이익이 각각 -2052억 원, -3964억 원 적자를 보였으나, 2017년에는 2291억 원 흑자로 돌아섰고, 2018년에도 775억 원의 흑자를 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지난해 3월 사태 직전까지 주식 가격도 높아졌고, 사태 이후 주가 흐름도 좋은 편이다. 개인의 일탈 행위는 법원에서 분명히 시비를 가려야겠지만, 주주 입장에서 CEO의 책임을 묻기엔 경영 실적이 양호하다.

궁극적으로, 국민연금이 판단해야 할 것은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 성과이고, 투자 수익률이 좋으면 기업 경영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은 자제해야 마땅하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사회적 책임투자 또는 스튜어드십 코드 모두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투자수익률 극대화이지 사회 정의 실현이 아니다. 그러잖아도 2018년 역대 최대 투자 손실을 내고 있는 국민연금기금이 집중해야 할 것은 운용수익률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칼로 인식하는 것은, 맛있는 귤을 잘못 심어 탱자가 되게 하는 이치와 같음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