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힌 사회적 대화… 文 노동정책 표류 불가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8일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홀에서 열린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안건 처리가 진통을 겪자 목이 탄 듯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양대노총“경사노위 불참”

최임위 개편·탄력근로 등 놓고
勞政관계 경색국면 지속될 듯

청와대는 29일 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합류가 무산된 데 대해 더 이상을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현재 한국노총이 참여하고 있는 경사노위를 중심으로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민주노총뿐 아니라 한국노총도 경사노위 회의에 불참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대화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민주노총이 대의원 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를 결정하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아침 회의에서는 ‘가야 할 길은 가야 한다’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더 이상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에 매달리지 않고 현재 구성된 경사노위에서 주요 과제에 대한 논의를 이어 간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민주노총 대의원 대회 직전에 김명환 민주노총위원장을 면담했음에도 경사노위 참여가 무산되면서 민주노총과의 확실한 거리 두기가 불가피해졌다는 인식도 청와대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공을 들이며 양대 노총을 모두 끌어안고 착수하려던 사회적 대화가 양대 노총의 거부로, 사실상 물 건너간 모양새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날 “경사노위 내부에서 진행되는 논의는 앞으로 사회적인 무게를 갖기 어렵고 노동계의 반발을 사게 될 것”이라며 “사회적 대화에서 도출된 합의로 부드럽게 입법이나 정책을 풀어가려던 정부의 시도는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지금까지 노동계 요구 사항을 상당 부분 수용하는 등 노동계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왔는데 노동계가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오는 2월 임시국회 처리를 예고한 최저임금위원회 개편,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확대 등의 현안과 관련해 노·정관계도 경색국면이 지속될 전망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노총은 이번 대의원대회를 통해 대화와 타협으로 우리 경제와 노동시장의 현안과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데 전혀 관심이 없음을 드러냈다”며 “한국노총도 혼자 노동 현안을 둘러싼 책임을 지는 게 부담스러우므로, 적절한 명분만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경사노위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박 교수는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정책 추진의 부담을 줄이려 했던 의도가 어려워진 만큼, 더는 사회적 대화에 연연하지 말고 정책을 추진하는 태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홀에서 열린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는 경사노위 참여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지만 끝내 무산됐다. 특히 민주노총은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정부와 선명한 대립구도를 드러내며 사회적 대화의 틀 자체를 부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노총도 오는 31일 예정된 경사노위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한 뒤 정부에 사회적 대화 중단을 경고했다.

유민환·정진영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