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여성 의원·활동가에 ‘착불 택배’ 공격 잇따라

일본에서 자기 의견이 강한 여성 정치인이나 활동가들을 괴롭히기 위해 택배 착불로 속옷 등을 보내는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31일 도쿄(東京)신문에 따르면 기타큐슈(北九州)시의 무라카미 사토코(村上聰子·53) 시의원은 지난해 4월 한 행사에서 사회를 본 뒤 본인이 주문한 적 없는 물건을 줄지어 배달받았다. 당시 행사는 가케(加計)학원 사학스캔들과 관련,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마에하라 기헤이 전 문부과학성 차관의 강연회로, 이후 살해 예고는 물론 비방, 우편 협박 등이 시작되더니 사무실 주변에는 수상한 남성이 배회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속옷 16점이 상품 대금은 물론 배송비도 받는 이가 계산하는 착불로 배달됐다. 이외에도 화장품, 건강식품 등으로 품목을 바꿔 가며 착불 괴롭힘이 진행되는 중이다.

무라카미 의원은 물건을 배송한 기업 등으로부터 주문표를 받아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하지만 아직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무라카미 의원은 “괴롭힘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당당하게 행동하고 있다”며 “가해자 의도대로 되지 않으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 힘들 때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구마모토(熊本)시의 오가타 유카(緖方夕佳·44) 시의원 역시 지난해 10~12월 사무실을 겸한 자택에 시키지 않은 화장품에 이어 잡다한 물건들이 착불로 잇따라 배달됐다. 그는 생후 7개월 된 아이를 안고 시의회 회의에 출석해 화제가 된 인물이다. 일본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위안부 역사를 알리는 ‘희망의 씨앗’ 이사인 기타하라 미노리(北原みのり·49) 작가 역시 지난해 사무실에 속옷, 건강식품 등 원치 않은 물건이 계속 배달돼 괴로움을 겪었다.

피해 여성들은 SNS 등을 통해 모여 ‘강매 괴롭힘 피해자의 모임’을 구축했다. 내달 초 기자회견을 통해 결성을 공식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이들 3명을 포함해 총 9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무라카미 의원은 “한 걸음 나가 발언하면 집요하게 괴롭히는 사회에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괴롭힘당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 이것은 ‘사회 문제’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