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유세서 ‘장벽’ 또 강조… 민주 맞불집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재선 캠페인 출범의 일환으로 11일 저녁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가진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행사에 참석해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뉴시스 AP

트럼프“범죄율 높았던 엘패소
장벽으로 안전한 도시 바뀌어”
민주 “엘패소 소품으로 이용돼”

공화·민주 ‘이민자 구금’ 싸고
수용시설 규모 등 갈등 계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첫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행사를 남부 국경도시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개최하며 국경장벽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에 맞서 민주당 대선 예비주자 중 한 명인 베토 오루어크 전 하원의원이 지지자들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 행사장 바로 옆에서 맞불 집회를 가졌다. 국경장벽 예산 협상 시한인 15일을 나흘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 논의가 공전하면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재돌입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오후 엘패소 카운티 콜로세움에서 가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행사에서 “텍사스주 국경도시 엘패소는 폭력 범죄율이 극단적으로 높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중 하나로 인식됐다”며 “지금 이 지역에 강력한 장벽이 세워지면서 엘패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가 됐다”며 국경장벽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2020년 재선 캠페인에 들어간 트럼프 대통령은 엘패소 집회 참석차 백악관을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민주당은 장벽을 위해 우리에게 자금을 주고 싶어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살인자, 범죄자, 마약상, 인신매매자들을 구금할 수 있는 공간도 주고 싶어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얼마나 나쁜가”라며 민주당을 비난했다.

엘패소가 고향인 오루어크 전 의원은 지지자들과 함께 행진한 뒤 트럼프 대통령 행사장과 300m 떨어진 스포츠센터에서 맞불 집회를 갖고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장벽 필요성 주장에 반박했다. 오루어크 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엘패소를 자신의 국경장벽 주장 소품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우리의 안전은 다른 사람을 존경과 존중으로 다룬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나머지 사람들도 엘패소 공동체가 사람들과 일하는 방식에서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역신문인 휴스턴크로니클은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하지만 범죄율 하락은 장벽 건설이 아니라 엘패소 시 공무원들과 주민들이 노력한 결과”라고 보도했다.

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공화당과 민주당은 구금자 수용시설 제한 등 불법이민자 구금 정책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상·하원 양원 협의회는 주말에 이어 이날까지 이견을 조율했지만 구금 시설 규모와 적정 예산을 놓고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공화당은 현재 4만520개인 이민세관단속국(ICE) 수용시설 내 침대를 5만2000개로 늘리자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수용시설 침대를 3만5520개로 줄이자는 요구를 고수 중이다. 협상이 공전되자 백악관은 연일 셧다운 가능성을 언급하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이날 폭스뉴스방송 ‘폭스 앤드 프렌즈’ 인터뷰에서 “합의에 이르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자신들의 셧다운을 갖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