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美北 정상회담 D-6>2차회담 시작도 前에 3차 예고…‘비핵화 빈손’ 현실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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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마지막 만남 아냐”

北, 핵시설신고 등 거부한듯
북핵 성과없는 회담 가능성
전문가 “지연작전 말려들어”

“서두를 것 없다” 잇단 강조
구체 비핵화조치 합의대신
‘北 위협감소’로 방향 전환

아베, 美에 납북자협력 요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개최되기도 전부터 추가 정상회담을 시사하면서 2차 정상회담이 비핵화 의제가 사라진 ‘노(No) 비핵화’ 회담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완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발언은 북한이 2차 정상회담 개최를 6일 앞둔 시점에서도 비핵화 조치를 거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노 비핵화 회담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이틀(27∼28일)간 만날 것이다”며 “이번이 마지막 만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추가 정상회담을 향한 문을 열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돈독한 관계를 자랑한 뒤 “우리는 많은 진전을 이뤄왔다”면서 “이번이 마지막 만남이 될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내가 그럴 것이라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고 다시 한 번 추가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정상회담 개최를 6일 앞둔 시점에서 추가 정상회담을 언급한 것은 2차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협상안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출구를 마련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국 정치권과 전문기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장소(베트남 하노이)와 시간(2월 27∼28일)부터 발표한 뒤 비핵화 협상에 들어간 것에 대해 핵보유국을 인정받기 위한 북한의 지연 전략에 말려들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20일 CBS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만남을 너무 일찍 잡아 1차 싱가포르 회담에서 구속력 있는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면서 한때 효과적이었던 최대 압박 전술을 악화시켜왔다”며 “나는 우리가 비핵화 협정 대신에 북한을 핵보유국으로서 합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게 아닌지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들은 전부 유지되고 있다. 나는 제재를 해제하지 않았다”며 “나는 그렇게(제재 해제) 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편(북한)에서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2차 정상회담에 대한 이러한 미국 내 우려를 가라앉히려는 포석이다. 이와 동시에 북한에 대해서는 제재 완화를 원한다면 2차 정상회담에 비핵화 조치를 가지고 나오라는 압박카드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핵·미사일 실험이 없는 한 나는 서두를 것이 없다”고 밝힌 데 이어 20일 추가 정상회담을 언급하면서 미국의 2차 정상회담 목표 자체가 비핵화에서 북핵 위협 감소로 하향 조정됐음을 시사했다. 북한에 제재 압박 카드를 흔들며 비핵화를 요구하기는 했지만 북한의 ‘버티기 전술’에 눈앞으로 다가온 2차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운 비핵화 논의를 미뤄두려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15일 “우리는 김정은의 핵무기가 세계에 끼치는 위험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한 것도 2차 정상회담 목표 수정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언급한 것 역시 2차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의제가 실종되는 것에 대한 동맹국 일본의 우려를 달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두 정상은 통화에서 FFVD 달성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NHK 등은 아베 총리는 이날 통화에서 일본 납북자 문제 해결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나도 납치문제를 중시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NHK는 또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5월 1일 나루히토(德仁) 왕세자의 일왕 즉위를 맞아 조기에 일본을 방문할 것을 요청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5월 26일부터 국빈으로 방일하는 것이 굳혀졌다”고 전했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