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 환경 악화에도 폴더블폰으로 한계 극복한 삼성

사실상 세계 첫 폴더블폰인 ‘갤럭시 폴드’가 20일 베일을 벗고 스마트폰의 새 장(章)을 열었다. 삼성전자가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10’ 라인업과 함께 공개한 갤럭시 폴드는 이전에 없던 카테고리 제품이다. 접은 상태에선 화면이 4.6인치, 펼치면 7.3인치로 변신하면서 스마트폰 휴대성과 태블릿PC 사용성을 모두 해결했다. 3개 분할이 가능한 화면과 대용량 메모리로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폴더블폰의 위력을 보여준다. 새로운 소재를 적용해 절반으로 얇아진 디스플레이, 6개 카메라, 직관적인 사용 환경도 돋보이는 사양이다. 다만 최소 1980달러(약 222만 원) 고가는 초기 대중화에 걸림돌이다.

2007년 애플 아이폰 출시 이후 스마트폰은 숱한 변신에도 ‘아이폰의 변형’ 범주에 머물렀다. 기술마저 범용화하면서 ‘혁신의 상징’이란 위상도 퇴색했다. 이런 시점에 삼성이 애플의 안방에서 게임체인저 성격의 혁신 제품을 내놓은 것은 상징적이다. 향후 폴더블폰 경쟁은 한·중(韓中)전이다. 불완전 형태이긴 했어도 폴더블폰 첫선을 보인 곳이 중국 스타트업 로욜이었고,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애플을 제친 화웨이는 24일 폴더블폰 모델을 공개한다. 그 뒤를 이을 오포·샤오미·레노버까지 가세하면 험난한 승부가 될 것이다.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처음으로 출하량이 마이너스였고, 삼성 역시 판매 감소로 고전 중이다. 중국의 무서운 추격세로,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기존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 수성(守成)도 위태로운 지경이다. 악화한 국내 기업 환경마저 기업을 괴롭힌다. 문재인 정부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과 스튜어드십코드 행사 등으로 경영권을 흔들고, 규제 개혁은 지지부진하다. 여당 원내대표는 삼성전자를 찾아가 “사회적 책임도 다해달라”고 압박하는 판이다. 스마트폰 한계를 넘어선 삼성의 폴더블폰 혁신은 이런 안팎의 악조건 속에서 고군분투로 일군 성취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