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개혁·개방 逆流하는 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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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베이징 특파원

오는 3월 1일로 무역협상 시한 마감을 앞둔 미국과 중국이 워싱턴DC에서 막판 고위급 협상을 벌이고 있다. 먼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큰 폭의 양보를 하면서 양해각서(MOU) 형태로 협상을 종결지을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있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 해소에 주력하면서 산업정책이나 지식재산권 보호 등 경제 구조 전환 문제는 협상 시한을 연장해 추가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된다. 이 시나리오의 연장선에서 3월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나 최종 담판을 지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요구를 중국이 수용할지는 최종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중국이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데는 상당수 전문가의 의견이 일치하는 것 같다. 결국 협상 타결은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해온 중국 시장화 개혁에 시 주석이 ‘백기’를 드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어느 수준까지 중국을 밀어붙일지도 협상 결과에 중요한 변수다. 이번에 양측이 타협을 통해 관세 전면 부과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면서도 기술 패권 경쟁은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최진백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 연구교수는 최근 ‘미·중 무역갈등과 중국의 대응’이라는 보고서에서 “중국은 미국과 합의를 보는 수준에서 시장화 개혁을 진행하고 이러한 과정을 공산당의 정치적 영도 아래 개방을 확대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결국 ‘타의’에 의해 시장 개혁을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지만 ‘자의’로 개방을 확대하는 것으로 여론을 호도할 것이라는 뜻이다. 시 주석이 이렇게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만큼 현 중국 경제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공산당의 강한 통제를 받고 있는 중국 언론에는 이런 뉴스가 거의 보도되지 않는다. 반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홍콩 언론에서는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의 소비·투자·수출 등 각종 지표 악화와 감원 및 해고 등에 따른 실업 심화 관련 보도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만큼 밑바닥 민심 이반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를 막기 위해 중국 당국은 노동운동 등에 대한 감시와 탄압 강도를 높이고 사회 통제도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

시 주석도 집권 초에는 국유기업 민영화·시장화 개혁에 대한 의지가 있었다. 그러나 2015년 여름 중국 증시 급락에 따른 금융 부문의 불안정 노출은 시장 개혁에 대한 의지를 약화시켰다. 결국 그해 중국 국무원은 국유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을 통해 첨단 산업을 육성하려는 ‘중국 제조 2025’를 내놨다. 이는 더욱 비대해진 국유기업과 각종 지원에서 소외된 민영기업의 약화라는 ‘국진민퇴(國進民退)’ 논란으로 확대됐다. 첨단 산업을 빠른 속도로 육성하는 과정에서 지식재산권 ‘도둑질’이나 외국 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 강요 등의 문제를 낳으면서 미국과 갈등이 심화돼 현재에 이른 것이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 사건으로 위기에 몰린 덩샤오핑(鄧小平)은 1992년 남순강화(南巡講話)를 통해 그해 제14차 공산당 당 대회에서 시장화 개혁·개방 가속화를 이뤄냈다. 20년 뒤 시 주석은 덩과 반대로 국가자본주의와 권위주의 체제 강화라는 다른 길로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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