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무형문화재를 찾아>250년전 탈춤 신명 그대로… “나를 감춘 채 후련한 세상 풍자”

  • 문화일보
  • 입력 2019-03-0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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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인간문화재 함완식 송파산대놀이(국가무형문화재 제49호) 예능보유자가 바가지탈로 얼굴의 반을 가린 채 포즈를 취했다. 바가지탈은 놀이마당에서 함 보유자가 주로 쓰는 ‘옴중탈’이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⑥ 함완식 송파산대놀이 보유자

탈만 32개 ‘12마당 가면극’
송파나루 장터의 춤판 전승

고난도 염불장단춤도 능숙
2006년 국가무형문화재로

교수로 일하다 탈춤에 빠져
보존회서 매일 제자 가르쳐

“무대·객석 경계 사라지고
한바탕 응어리 푸는 놀이”


250여 년 전 송파나루에 장이 서며 인파가 몰리면 이들을 환영하듯 익살스러운 탈을 쓴 탈꾼들의 신명 나는 춤판도 열렸다. 송파산대놀이는 때때옷 차려입고 장터를 찾은 서민들의 흥을 돋웠다. 지금은 비록 장은 서지 않지만 요즘도 잠실 서울놀이마당에서는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일요일 송파산대놀이 등 전통놀이 마당이 펼쳐진다.

인간문화재 함완식(64) 씨는 국가무형문화재 제49호 송파산대놀이 예능보유자다. 오랜 이수자와 조교 생활을 거쳐 2006년 문화재청으로부터 보유자로 인정됐다.

송파산대놀이는 놀이꾼들이 탈을 쓰고 재담, 춤, 노래, 연기를 하며 벌이는 연극적인 놀음이다. 12마당짜리 ‘가면극’인 송파산대놀이에는 모두 32개의 탈이 동원되며 함 보유자는 옴중탈(옴이 옮은 중의 탈)을 쓴다. 그는 송파산대놀이에서 가장 어렵다는 염불장단 춤인 삼진삼퇴, 용트림 등의 춤을 능숙하게 춰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송파산대놀이는 예나 지금이나 마당에서 열립니다. 무대와 객석이 따로 없기 때문에 ‘너’와 ‘나’의 경계 즉 연희패와 관객의 구분도 없어집니다. ‘하나’가 돼 어우러지는 큰 기쁨이 있죠.”

함 보유자는 이제 은퇴해 송파산대놀이 전수와 보존에만 애쓰고 있지만 그의 전력을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고개를 갸웃거리기 마련이다.

동국대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한 그는 보건학 박사와 산업위생기술사 자격을 갖추었고, 은퇴 직전까지 산업안전보건교육원에서 교수로 활동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재수를 할 때 선배의 소개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외가인 가락동에서 태어났지만 동대문구 창신동에 살았는데 마침 송파산대놀이보존회가 인근에 있었어요. 종손인 제가 춤을 배우자 집안 어른께서 크게 반대하셨습니다. 그만두지 못한 것을 보니 춤에 어지간히 빠졌던 모양입니다.”

학교를 마치고 산업현장에서 활동하면서도 그의 ‘놀이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이수자’ ‘조교’로 계속 활동했고, 송파산대놀이의 춤사위를 적용한 체조가 산업재해율을 낮춘다는 내용의 논문을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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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산대놀이처럼 서울과 경기 일대에서 성행한 ‘가면극’에 ‘산대놀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산대놀이의 ‘산대’가 뫼 산(山) 자에 무대 대(臺)자로 이뤄진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금은 ‘놀이가 열린다’라는 깃발을 들고 돌지만 예전에는 산대놀이를 앞두고 조금 큼직하게 만든 우마차 위에 얇은 판을 깎아 산 형상을 층층으로 올려 만든 ‘산대’를 끌고 다니며 연희 구경을 오라고 알렸다고 한다. ‘산대’라는 이름도 그래서 붙여졌다.

현재 송파산대놀이 외에도 양주별산대놀이(국가무형문화재 제2호) 등이 전승되고 있다. 송파산대놀이보존회의 이병옥 회장은 “양주별산대놀이의 경우 이름에 ‘별’ 자가 추가된 것은 기존 놀이패들의 맥을 이은 것이 아니라 양주읍에서 ‘별도’로 만들었다고 해 붙여진 글자”라며 “노들산대, 구파발산대 등을 이은 송파산대놀이야말로 조선 시대 산대놀이의 원형을 비교적 잘 보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송파산대놀이에는 양주별산대놀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초라니·당녀(唐女)·해산어멈·신할멈·무당탈 등이 남아 있다.

기원과 유래를 보면 송파산대놀이와 양주별산대놀이는 차이점이 분명히 있다. 이에 대해 함 보유자는 “송파는 나루터여서 장꾼의 속성을 반영, 타령장단의 신명 나는 놀이춤으로 발전했고, 양주는 관에 대한 예속성 때문인지 염불장단에 의식춤이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함 보유자는 매일 잠실 놀이마당 보존회에 나가 제자들을 가르치고, 연습하고 있지만 탈 없이 ‘맨 얼굴’로는 타령 한마디 내뱉기 어렵다고 한다. 봄이 오면 그는 또 송파산대놀이보존회 회원들과 함께 복지시설, 경로당, 학교 등을 찾아 ‘공연봉사’ 활동을 펼칠 생각으로 꿈에 부풀어 있다.

그는 연습하고 공연할 때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조금만 더 지원하면 국민이 보다 많이 송파산대놀이를 관람하고 그 매력을 알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고도 했다.

“산대놀이의 매력은 나를 감추고 딴 것을 풍자할 수 있다는 점이죠. 평소에는 입에 담기 힘든 거친 욕설 표현도 가능하고요. 옴중탈을 많이 쓰지만 악사가 돼 제금(자바라)을 연주할 때도 많죠. 한바탕 놀고 나면 속이 후련해집니다. 아마 그 같은 매력에 반해 평생 산대놀이에 매달리는 것 같습니다. 놀이 구경 오시는 분들도 연희 패거리와 하나가 돼 속에 맺힌 응어리 모두 푸시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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