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아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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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충남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병천리 일대를 ‘아우내’라 부른다. 여기에 형성된 장터가 ‘아우내 장터’다. 이 장터는 기미년 3·1운동 당시 유관순 열사가 독립 만세 운동을 이끌던 역사의 현장이다. 지금은 ‘순대’ 파는 거리로 유명하다.

‘아우내’는 ‘아오내’라고도 하는데, 이것이 더 오래된 이름이다. ‘아오내’는 ‘아올내’로 소급한다. ‘아올내’에서 ‘ㄴ’ 앞의 ‘ㄹ’이 탈락한 어형이 ‘아오내’이고, ‘아오내’의 모음 변화형이 ‘아우내’다. 기원형인 ‘아올내’는 동사 어간 ‘아올-(竝)’과 명사 ‘내(川)’가 결합된 어형이다. 동사 ‘아올다’는 15세기 문헌에도 나오며, 지금 ‘아우르다’로 남아 있다. 이에 따르면 ‘아올내’는 ‘아우른 내’, 곧 ‘물줄기가 합쳐지는 내’로 해석된다. 이곳은 ‘잣밭내(栢田川)’와 ‘치랏내(葛田川)’가 합수하는 지역이어서 ‘아올내’라는 이름이 제격이다.

‘아올내’와 같이 두 물줄기가 합쳐지는 내를 ‘아우라지’라고도 한다. ‘아우라지’는 주로 경기, 강원 지역에서 발견되는데, 강원도 정선군 소재의 ‘아우라지’가 가장 유명하다. 이곳은 ‘골지천’과 ‘송천’이 맞닿는다. ‘아우라지’는 ‘아오라지’의 모음 변화형이며, ‘아오라지’는 ‘아올-’과 ‘아지’로 분석할 수 있다. ‘아지’는 ‘늘지, 샛지, 어름지’ 등과 같은 강원도 일대의 지명에 자주 나타나는 ‘지’와 연관이 있어 보이나 그 정체가 모호하다.

고유어 ‘아올내’를 한자로 바꾼 것이 ‘병천(竝川)’이다. ‘아올내’가 내 이름이므로 당연히 ‘병천’ 또한 내 이름이 된다. 그런데 ‘아올내(아오내, 아우내)’와 ‘병천’은 내 이름에서 그 내가 흐르는 지역 이름으로 바뀐다. ‘아우내 장터’의 ‘아우내’나 ‘병천리’의 ‘병천’은 지역 이름이다. ‘병천’이 지역 이름이 되자 이곳을 흐르는 내 이름을 ‘병천’에 ‘천(川)’을 덧붙여 ‘병천천’이라 부르고 있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