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또다른 그림자… ‘폐업가게 물품 저가판매 사기’ 기승

식당·PC방 중고품 처분한다며
인터넷 카페서 구매자들 유인
돈만 받고 물건 안보내고 잠적

폐업 후 쓰던 물건을 싸게 판다고 속이는 ‘중고물품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기 부진 등으로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인터넷 중고 거래가 늘어난다는 점을 이용해 사람들의 의심을 피하고 있다.

강원 원주시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조모(여·33) 씨는 중고물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카페에서 ‘식자재 마트를 폐업해 고추장, 된장 등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글을 보게 됐다. 조 씨는 설탕 1봉지를 구매했고, 물품을 정상적으로 받았다. 조 씨는 생필품이 대량으로 필요한 주변 당구장, 식당, 펜션 사장들에게 중고 물품을 싸게 구매할 수 있다며 글을 전달해줬다. 조 씨의 말을 듣고 상인들은 같은 사람에게서 원하는 물건을 각자 주문한 뒤 돈을 보냈다. 하지만 물건을 아예 받지 못하거나, 주문한 물품 중 일부만 배송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곧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 씨는 자신에게 보낸 설탕 역시 인터넷 쇼핑몰에서 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조 씨는 8일 “개별 피해액은 15만∼20만 원 사이여서 많지는 않아도 10명 이상이 사기를 당해 총액은 수백만 원에 달했다”며 “피해 금액이 소액이라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계속 같은 방식으로 사기를 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그래픽카드 택배거래 사기’ 글도 비슷한 피해 경험을 밝혔다. 글쓴이는 “PC방을 폐업해 그래픽 카드를 판매한다고 해서 돈을 보냈는데 빈 상자가 왔다”며 “사기로 신고했고 합의는 없다”고 남겼다. 글쓴이는 계좌로 42만5000원을 송금한 기록과 함께 사기를 당한 아이디로 올라온 글들을 모두 올렸다. 그래픽 카드를 판매한다는 글은 이미 삭제돼 볼 수 없었다. ‘카페를 폐업해 반죽기 등을 처분한다’거나 ‘양말 공장이 망해 처분한다’ 등의 사기 사례도 있다.

인터넷에서는 식당, PC방, 카페 등을 폐업하며 물건을 처분하는 거래가 많아 사기 글을 찾아내기 쉽지 않다. 실제 많은 시민이 폐업 후 중고 물품을 빠르게 처분하기 위해 인터넷 카페를 이용하고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폐업을 했다고 하면 물건 가격이 지나치게 싸다고 하더라도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물건 확인을 소홀히 한다는 점을 이용했다”며 “정상적인 거래가 많이 이뤄지고 있어 사람들이 사기를 당한다고 쉽게 의심하지 못하지만, 물건을 구매할 때 꼼꼼히 따져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명진·송정은 기자 jinieyoon@munhwa.com